[휴먼n스토리] "바다 밑이 썩고 있어요" 주해군 여수대형트롤 대표

[휴먼n스토리] "바다 밑이 썩고 있어요" 주해군 여수대형트롤 대표

연합뉴스 2023-05-20 11: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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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어도 해역 해저쓰레기 청소 "그물질 한 번에 1t 넘게 수거"

근해 침적 쓰레기 현황파악도 안 돼…수거 지원 등 대책 마련해야

주해군 여수트롤 생산자협의회 대표 주해군 여수트롤 생산자협의회 대표

[차근호 기자]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조업하는 바다 아래가 어마어마하게 썩어 있습니다."

지난 18일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열린 '제2차 해저 쓰레기 수거 사업 보고회'에서 만난 주해군 여수대형트롤 생산자협의회 대표는 "정부가 근해 침적 쓰레기 수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형선망수협 여수대형트롤 소속 어선들은 올해만 벌써 2번째 제주 이어도 인근 해역에서 50t의 해저 쓰레기를 수거해 왔다.

이달 초 어선 17척이 3박 4일간 침적 쓰레기를 건져 부산공동어시장으로 가져온 데 이어, 이날도 어선 18척이 건져 올린 쓰레기를 공동어시장으로 가져온 뒤 보고회를 연 것이다.

트롤 어선은 그물로 바닥을 긁어 밑바닥 생물을 잡는 방식의 조업을 하는데 바다 밑에 쌓인 쓰레기는 이들이 생업의 최일선에서 매일 마주하는 골칫거리이다.

주 협회장은 "이어도 주변은 민어, 조기, 병어 등 안 잡히는 고기가 없는 황금어장으로 중국 배들까지 몰려와 조업하는 곳"이라면서 "바다 상층부나 중저충부에서 생물을 잡는 분들이 지난 수십년간 쓰다가 찢어진 어구 등을 바다에 내버리면서 현재는 침적 쓰레기가 심각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침적쓰레기 수거현장 모습 침적쓰레기 수거현장 모습

[대형선망수협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주 회장은 "트롤선은 전개판이 달린 그물을 800∼1천m 바닥에 내려 펼친 다음 4∼6시간 끌고 다니며 조업한다"면서 "그물을 한번 올리면 엄청난 침적 쓰레기가 딸려 오는데, 조업을 방해할 뿐 아니라 스크루 등에 감겨 배에 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형선망수협에 따르면 2차로 수거된 쓰레기 50여t은 18척의 배들이 30회의 그물질로 수거한 것이다.

단순히 계산해도 한번 그물을 내렸을 때 1t이 넘는 침적 쓰레기가 딸려 온다.

이 회장은 "쓰레기 대부분이 폐그물인데 이게 바다 아래 엄청난 규모로 펼쳐져 있다"면서 "물고기가 폐그물에 걸리는 유령어업 때문에 바닥 일대는 완전히 썩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현재까지 국내 근해 바다 침적 쓰레기에 대해서는 정확한 현황 자료조차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해양환경공단에 확인한 결과 수협 측으로부터 근해 침적 쓰레기 추정량을 보고받은 자료만 있을 뿐, 실제 침적 쓰레기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운반선에 담긴 해저쓰레기 운반선에 담긴 해저쓰레기

[대형선망수협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 회장은 "트롤선들이 조업 중 침적 쓰레기를 수거해와도 이를 수거해주고 받아주는 위판장도 많지 않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위판장에 침적 쓰레기 수거장을 의무화하고 수거비 지원도 더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형저인망수협 관계자도 "현재 정부에서 어민들이 수거한 해저 쓰레기를 상시 수거하는 운반선을 띄우거나, 처리시설을 만드는 방안을 초기 검토하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추진되도록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탁상행정을 벗어나 근해 바다 침적 쓰레기 현황을 조사하고 정확한 실태를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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