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갈등 '평행선'…“원칙 지켜야”vs“사형선고”

비대면진료 갈등 '평행선'…“원칙 지켜야”vs“사형선고”

이데일리 2023-05-26 06:0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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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다음달부터 연차내고 소아과 가게 생겼네요.”

경기 파주에서 3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모(40)씨는 울상을 지었다. 비대면 진료가 다음달부터 재진만 허용되며 이제 소아과 ‘오픈런’에 동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래도 그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 반차를 내고 아이를 돌봤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며 “아이가 셋이라서 소아과 갈 일도 많은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 수준으로 하향되며 2020년 12월부터 시행됐던 비대면 진료가 종료된다. 정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날부터 초진·약 배송을 허용하지 않는 비대면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비대면 진료 업계에서는 “사실상 사형선고”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9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료계 “원칙 지켜야” vs 업계 “사형선고”

25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이달 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결론지어질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17일 당정협의를 통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전까지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비대면 진료는 △재진 원칙 △의원급 중심 △약 배달 금지 △도서벽지·거동불편자·감염병 확진자 초진 인정 등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한의사협회(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열린 의협과 복지부의 제2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재진환자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을 합의한 바 있다. 복지부의 시범사업안은 지난 2월 의협과의 합의를 그대로 지킨 것으로 보인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지난 24일 의료현안협의체를 마친 직후 “재진·의원급 중심 등 비대면 진료의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의협이 제시한 원칙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의견을 좁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 업계에서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사실상 업계를 죽이는 사업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닥터나우 등 18개 업체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의 시범사업은 사실상 비대면 진료를 금지시키는 반(反) 비대면 진료”라고 주장했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진 환자 포함·약 배달 여부가 쟁점

현재 의료계와 업계의 가장 큰 시각 차이는 비대면 진료 대상자에 초진 환자 포함 여부와 약 배달이다. 의료계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을 우려하며 초진 환자 제외와 약 배달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14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를 지속하는 것은 국민보건에 관한 국가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이자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3년간의 사업 운영 결과 안전성은 이미 보장됐기 때문에 초진 환자를 포함하고 약 배달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신영 닥터나우 홍보이사는 “초진환자도 받을 수 있었던 비대면 진료 동안 단 1건의 사고도 없을 만큼 안전하게 진행됐다”며 “만족도도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0년 12월부터 3년간 3661만건, 1397만명 이상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지만 사고가 1건도 없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의료계와 업계가 모두 만족할 만한 방향을 시범사업을 통해 찾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비대면 진료 산업은 세계적으로 발전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라며 “비대면 진료의 경우 의료계가 주장하는 안전성과 업계에서 주장하는 접근성이 모두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계뿐만 아니라 소비자·업계 등의 의견을 다양히 받아들여 비대면 진료 산업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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