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 ‘쩐의 전쟁’ 실탄 확보···불리한 투자조건 ‘글쎄’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 ‘쩐의 전쟁’ 실탄 확보···불리한 투자조건 ‘글쎄’

이뉴스투데이 2023-05-30 23:01: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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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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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관련 계열사들이 잇달아 자금확보에 성공하며 시장의 위기감을 돌파하고 있다. SK온은 MBK컨소시엄을 비롯해 7조원 가량을 확보했고 SKIET 역시 4000억원을 투자받아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쩐의 전쟁의 실탄을 마련했다. 다만 자금 조달 조건이 까다로워 향후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재계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어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투자유치를 위한 주주간 계약 체결의 건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SK온은 MBK컨소시엄으로부터 8억달러(약 1조500억원)를 한도로 투자를 받는다. MBK컨소시엄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글로벌 PEF 운용사인 블랙록, 카타르투자청(QIA) 등이 참여한다.

이와 더불어 SK온은 한국투자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을 통해 투자를 논의 중이던 사우디국립은행(SNB) 자회사 SNB캐피탈로부터 최대 1억4400만달러(약 1900억원) 투자를 유치할 전망이다.

이들 두 채널을 통해 1조24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SK온의 기업가치는 약 22조원으로 평가됐다.

앞서 SK온은 글로벌 PEF 대신 한투PE·이스트브릿지 등 국내 운용사를 중심으로 자금을 확보해 약속받은 1조3200억원 가운데 1조2000억원을 조달했으며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을 투자받아 총 3조2000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에서 총 2조원을 차입하는 것에 대한 채무 보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에 차입하는 자금은 현대차그룹과 함께 추진하는 북미 합작법인(JV) 투자에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SK온은 채권발행으로도 1조원 가량을 조달했다. 이들은 최근 9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유로본드 발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SK온이 글로벌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모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SK온은 올해 모두 7조6400억원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온은 다양한 재원 확보 방법을 통해 자금조달의 안정선을 제고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배터리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글로벌 경쟁 속 선제적인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장기 재무적 투자자 유치를 추진해봤고 치질없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세계 금융환경이 신규 자본 유치에 부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과 SK온의 기술 경쟁력이 자본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역시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3억달러(약 4000억원)을 유치했다. IFC는 세계은행그룹 산하 국제금융기구다.

SKIET는 지난 24일 IFC와 총 3억달러 규모 그린론 차입 서명식을 개최했다. 3억달러 중 2억달러는 IFC 자체지금이고 1억달러는 민간은행 참여를 통해 조달한 금액이다.

IFC그린론이 국내 제조업 회장의 해외 자회사를 대상으로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SKIET가 폴란드에 구축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생산 공장 증설에 쓰일 예정이다.

이처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관련 자회사들이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시장에서 우려했던 자금 경색 문제는 상당부문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들은 수주산업이라는 특성상 생산 구축을 위한 자금이라는 점에서 SK의 기술력과 사업성장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투자 유치 과정이 순탄치 않으면서 SK이노베이션으로서도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됐다.

당초 SK온은 기업 가치를 적게는 30조원에서 많게는 50조원까지 책정받기를 기대했다. 이에 프리IPO로 약 10% 수준인 3~5조원 사이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금리상승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22조원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SK온 역시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여 1조3000억원 조달에 만족해야 했다. 나머지 2조원을 모회사 자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SK온은 투자자들의 투자 참여조건도 상당 부분 양보한 상황이다.

통상 ‘보통주’만을 허용했지만 최근 투자자들의 최소 수익을 보장하는 전환우선주(CPS) 방식을 받아들였다. 한투PE 컨소시엄 등 투자자는 CPS를 보유하면서 우선주 주주로 SK온의 배당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상장 과정에서 보통주로 전환해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신규 투자인 MBK컨소시엄, SNB캐피탈도 기업가치는 기존 투자자가 내건 수준인 22조원으로 동일하지만 IPO 관련 주주간 계약 조건은 더욱 부담스러워졌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온은 한투PE 등과 계약 시 2026년 말 또는 거래종결일로부터 4년이 되는 날 중 늦은 날까지 SK온의 IPO를 추진하며 고의 또는 중과실로 IPO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인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MBK컨소시엄, SNB캐티탈은 더 까다로운 2026년까지 적격상장(QIPO·퀄리파이드 IPO)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또는 풋옵션 행사 관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주주간 계약에 담았다.

QIPO 요건은 재무적투자자(FI)가 향후 IPO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세부적인 IPO 요건을 미리 설정하는 안전장치다. 조건이 단순 IPO에서 QIPO로 강화된 만큼 공모가 책정 등 IPO 과정에서 신규 투자자들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SK온이 IPO 성공과 연 7%대 수익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IB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이후 자체적으로 현금창출을 하지고 못하고 있는데다가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함께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SK온은 한투PE 컨소시엄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연 7%대 수익률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계는 이번 MBK컨소시엄, SNB캐피탈 역시 연 7% 수익률을 계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SK온은 계약 시 정했던 주당 가격인 5만5000원을 3년간 최소 21% 증가시켜 주당 6만6550원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 SK온은 2017년 이후 매년 외형을 2배씩 키우고 있지만 영업이익 흑자를 낸 적은 한 번도 없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악화 돼 올해 1분기 –1조98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시장에서 SK온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주고 있기에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은 금액의 투자 유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SK온 역시 계약한 것 이상의 수익률을 낼 자신이 있기에 지속적인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관련 자회사들이 조속한 흑자전환을 통한 기업가치를 상승시켜야 하는 숙제를 떠 안게 됐다”면서 “오는 2025년 경에는 생산기지가 속속 완공돼 생산을 크게 늘릴 수 있어 흑자전환 가능성을 키우고 있지만 매년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SK온은 2022년 88GWh인 연간 생산능력을 오는 2025년 최소 22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이를 위해 자체 공장 확충과 더불어 포드,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사업도 지속 추진 중이다. SK온의 현재 누적 수주잔고는 290조 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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