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본업과 주유 [14.십사년] / 마지막 편 '화제된이유'

소설 본업과 주유 [14.십사년] / 마지막 편 '화제된이유'

뉴스앤북 2024-01-14 17:32: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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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과 주유 카톡내용 (사진=온라인커뮤니티)

[뉴스앤북 = 전우용 기자]

최근 인터넷커뮤니티에 본업과 주유 [14. 십 사 년] / 마지막 편이 화제다.

인터넷 소설 본업과 주유

본업과 주유는 인터넷 커뮤니티 및 많은 곳을 통해 섬세한 감정과 공감 그리고 소설을 통해 어쩌면 누구나 겪을 수 있을 법한 인생의 한 장면을 잘 표현해낸 인터넷 소설이다.​

본업과주유 / 본업과 주유 프롤로그 + 1편 ~ 14편(마지막화) 까지의 소설을 통해서 도서관이나 서점 또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글과 별개로 인터넷 세상에서 독자들에게 읽혀지는 글들에 대한 기록을 고래처럼 수집하고 기록하기 위해 본업과 주유를 스크랩하여 기록됐다고 한다. 

원작자 사말사

인터넷 소설 본업과주유는 주인공의 섬세한 감정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본업과 주유 인터넷 소설 전문은 원작자 사말사의 출처임을 밝힌다.​

소설 '본업과 주유' 원작자 사말사에 따르면, 해당 소설은 실화가 아닌 허구라고 이야기를 했으며 (1~13화, 14화는 미처 마지막 소설의 마무리를 하시느라 빼놓으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말 그대로 소설 일 뿐 실제가 아닐 수 있다. 

사실이 아닌 소설을 가지고 억측을 하며 무분별한 신상파헤치기와 인신공격과 같은 일은 사말사 글쓴이 원작자 분도 원치 않으실 수 있다.

그러니 소소봐 소설은 소설로 보면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지명, 단체, 사건 등은 사실과 무관하며 창작에 의한 허구다.

 

14. 십 사 년

​이재원은 내가 우스웠던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 친구가 같은 동, 같은 라인에 사는 아파트에 섹스 파트너를 데려와서 섹스를 즐기고, 맥주를 함께 마셨다.​

​물론 내가 10개월 할부로 산 TV로 둘이 넷플릭스를 시청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고 나서도 봉명동 내 친구네 집에 놀러 가기도 했었다.​

물론 내 친구 집은 안주은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이며, 이재원은 안주은이 예약한 소고기집에서 술과 고기를 잔뜩 먹고 왔었다.​

친구네 건물에는 안주은을 좋아한다던 구청의 다른 직원도 살고 있다. 이재원은 10월 11일 나에게 쫓겨났을 당시 그 직원의 집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

​안주은은 나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안주은은 나와 장장 다섯 시간의 대화를 한 날, 본인이 원해서 나와 대면으로 만남을 한 날, 그날 이후로도 이재원에게 연락하여 자기 집 오는 날짜까지 정해주고 잠을 재웠다.​

 

그리고 나를 지칭하는 본업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섹스를 하다가도 본업이랑'도' 해. 맛있는 음식을 먹더라도 본업이랑'도' 먹어. ​

운동을 한다는 이재원에게 “본업이랑 데이트함?”이라며 끊임없이 나를 조롱했다.​

​나는 이제 그들을 떠올리며, '나였다면' 혹은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애초에 그들은 나와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까.​

​나는 이재원에게 몇 번이고 말했다.​

​내가 지난 14년간 사랑한 내 남자친구 이재원은 죽은 거라고. 내 앞에 있는 너는 지금 그저 창놈 일뿐이라고. ​

그러자 그는 바람은 안주은 이랑만 피웠으니 자신은 창놈은 아니라는 답변을 했다.​

​나는 안주은에게 몇 번이고 물어봤다.​

​지원이, 지이는 뭐냐. 너희가 말하는 이태리를 가기 전에 빌드 업을 한다는 게 뭐냐.​

너 혹시 임신했냐. 그 여자는 끝까지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저 간헐적으로 “죄송해요..”라고 했다.​

​​이재원은 안주은이 아니었어도 누구와라도 그랬을 것이고, 안주은은 이미 이재원이 아니어도 그러는 중이었다.​

​‘그들이 혹시 내가 글을 써서 상처받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하지만 애초에 그들은 나에게 이렇게 큰 상처가 될 걸 알면서도 히히덕거리며 그걸로 농담 따먹기를 한 사람들이다. ​

​카카오톡 내용을 보면 그저 2월까지 서로를 청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뿐이었다.​

안주은과 이재원에게 각각 말한 적이 있다.​

​그 구청 안에서 너희들이 뭐라도 된 줄 알고, 세기의 인기를 얻은 줄 알고 나대는 거 그거 진짜 우스운 거라고. ​

​​‘인싸’라 불렸다던 너네 둘이 한 짓은 ​

구청 어른들, 팀장 과장급에 사랑받으며 노래방과 음주를 사랑하던 안주은과, 옷을 잘 입고 '착하다'고 인기있던 이재원과 그 좁디좁은 세계에서 영원히 꼬리표가 되어 쫓아다닐 거라고. ​

​2024년 2월에 있을 인사이동만 기다리는 너네들에게,​

나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나온 것처럼 가장 오래된 소문이 되어 곁에 아무도 없어 외로울 너네와 언제든지 함께할 거라고.​

지난 14년은 아무것도 아니다.​

거기에 대해 복기하는 것도 나에게 득이 될 건 없다. 그렇다고 회피하는 것도 나에게 득이 될 건 없다.​

내가 한 선택과 판단들이 그 14년을 만들었고, 나는 그것을 되돌릴 수 없다. ​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이고, 그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또다시 살아갈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듯한 차 한 잔, 맛있는 저녁 한 끼를 먹으며, 안이와 산책을 하고 시간에 맞춰 주사를 놓아주고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지난 두 달을 돌아 본다.​

나는 많이 우울했고, 또 가끔은 웃었으며, 희망에 찼었고 그 희망을 버렸었고, 작은 행복을 느꼈고, 큰 절망도 느꼈다.​

내가 겪은 이 감정들은 사실 언제나 나와 함께했던 감정들이다. ​

저들이 나를 벼랑 끝에 내몰지 않았을 때도 나와 함께 했던 감정들이다.​

앞으로는 내 감정을 더 소중히 기록하고 돌아보고 또 성장할 것이다.​

최악의 2023년이라고 생각했던 나지만 사실은 그들에게서 벗어난 2023년을 감사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안다.​

​영화 보느라 연락이 안 되자 내가 어떻게 됐을까 봐 목포에서 일하다가 그냥 고속도로 타버린 내 동생과,​

울고 싶은 만큼 울라고 주저앉은 나의 등을 토닥여주고, 30대 중반이 된 딸의 밥을 챙기며 한 숟가락만 떠도 잘 먹는다고 칭찬해주는 나의 엄마, (평소에는 제발 그만 먹으라고 하심)​

​​내가 연락이 없자, 가게 문을 급히 닫고 울면서 내 집에 찾아와 문 열라고 소리치고 주차장에 내 차를 확인하는 ​

(그 전주에 혹시 몰라서 내가 집 비밀번호 알려줬지만 까먹은 듯한 그녀)​

​​그 여자의 엄마와 통화한 소식을 듣자 대화방에는 말 안해놓고 친구에게 전화해서 샤우팅하며 속상해하는,​

​​자기가 더 감정적이고, 마음 약하면서 안 그런 척 자꾸 전화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오늘 기분은 어떻냐며 내 일상을 묻는,​

​​평소 글자도 잘 안읽으면서 나한테 도움되겠다고 법 같은거(네이버 지식인) 찾아보는,​

함께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귀여운 양말이 담긴 소포를 보내고 아침저녁으로 내 안부를 묻는,​

​​뭐만 하면 구청에 전화하겠다고 내 안녕과 그들의 눈물을 기원하는 내 든든한,​

​​대학원 생활에 직장 생활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내 끼니만 챙기려는,​

​​씹을 게 필요하면 뭐라도 씹으라고 먹태를 보내주는,​

​​12월 19일 시청에서 우연히 그놈을 만나자 눈을 부라리며 째려봤던, ​

​​변호사 만나서 상담받으라고 내 손에 돈을 쥐어주는 파워 ‘T’인,​

​​나 대신 구청 앞에 가서 돌아가면서 피켓 시위하겠다고 순번을 정하는,​

​​합의서라도 필요하면 도와주겠다고 본인의 합의서를 냅다 보여주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너 하나만 생각하고 치료 잘 받고 술이나 한 잔 하자는,​

​​못 챙겨먹을까봐 반찬이랑 과일 바리바리 챙겨다주는,​

​​내가 처음 글을 쓸 때 한밭시라고 하자 너무 티난다고 걱정하며 소전시는 어떻냐고 해서 날 웃게 하는, ​

​​글을 쓰는 걸 우연히 알게 되자, 도와주겠다며 얼굴도 모르는 언니를 응원 해주는 든든한 여전사들,​

​나는 이렇게나 사랑받고, 응원받고, 지지 받고 있다.​

​​너는 나에게 말했었지. 너는 피해자니까 ‘불쌍’해서 주변에 사람이 있지만, 나는 지금 아무도 없다고. ​

​그런데 네가 미쳐 깨닫지 못한 건, ​

네가 있던 나의 반쪽짜리 14년은 의미가 없을지라도, 나머지 반쪽은 이렇게나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래서 앞으로도 웃을 것이고, 울 것이고, 사랑할 것이고, 모든 감정을 느끼며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

내 밤이 너무 길어서 울고 절망했을지라도, 그 밤 끝에 올 아침이 기대되어 나는 잠이 들 것이고, 일어나서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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