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 약한 '하림' 택했던 산은…"애초에 무리한 시도"

자금력 약한 '하림' 택했던 산은…"애초에 무리한 시도"

아시아투데이 2024-02-08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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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이지선 기자 = HMM 매각이 애초에 무리한 시도였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KDB산업은행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선 산은이 재무구조 안정 등을 위해 서둘러 HMM 매각을 추진했고, 그 결과 자금조달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견그룹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자충수를 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지막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던 부분이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경영 개입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지적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인수 대상자의 재무구조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다 보니 매각자 측에서 경영 개입을 포기할 수 없었을 거란 시각도 나온다.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HMM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해운업계가 재편되고 다가올 불황에 준비하는 시기인 만큼 투자가 과감히 진행돼야 하는데, 정부 관리 체제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재매각을 추진하더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춘 인수자가 나서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 협상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걸림돌이 됐던 부분은 경영권에 대한 이견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림그룹은 인수 협상 결렬 이후 "실질적 경영권이 담보되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산은과 해진공은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이사를 지명하는 권한을 가져오면서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이 유일한 국적 대형 해운사인 만큼 유보금 유용 등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당초 매각 예비 입찰 단계에서부터 HMM보다 규모가 작은 인수 후보들만 참여하면서, 업계 안팎에서 HMM의 유보금을 인수에 활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지속 제기됐다.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자산 총액이 17조원에 불과한 반면 HMM은 자산총계가 25조원에 달했기 때문에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이어졌다. 하림이 재무적 파트너와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외부 차입이 불가피하고, 이는 대규모의 금융 비용 지출로 이어져 HMM 인수 후 회사 자금을 활용하게 될 것이란 시각에서다.

이에 산은의 무리한 매각 강행이 실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 조달 계획을 신뢰하기 어려운 인수 후보를 선택해서라도 매각을 빠르게 추진하려고 했으나, 무리한 외부 차입으로 인한 자금 유용을 막기 위해 경영 개입이 불가피했고 결국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석훈 산은 회장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HMM 매각이 중요하다고 밝혔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바 있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대출 등 위험자산의 비중으로,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산은의 자기자본을 구성하는 HMM 주식 가격이 변동할 때마다 BIS비율도 요동치게 된다. 금융감독당국이 권고하는 BIS비율은 13% 수준으로 산은은 현재 이를 가까스로 지키고 있어, 빠른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이 됐다.

HMM노조도 이러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노조는 지난달 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산은은 금융 논리로 공적자금 회수에만 몰두한 나머지 유보금만 10조원인 HMM을 졸속으로 넘기려고 한다"며 "무리해서 인수하겠다는 하림그룹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산은의 잘못이 크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매각 무산으로 HMM이 중요한 투자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해운 선복량 1, 2위인 덴마크 머스크와 독일 하팍로이드 간의 동맹(제미나이 협력) 결성으로 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업황 다운사이클도 다가오고 있는 시점이라 빠른 투자가 필요한데 매각전 때문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시각에서다. 정부 관리체제서는 과감한 투자가 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당분간은 매각이 다시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과정에서의 잡음이 공개된 만큼 다른 인수 후보가 나서기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에 산은과 해진공이 예정대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HMM 몸값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자금을 충분하게 갖춘 기업이 아니면 HMM 인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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