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속 투약 영상에 마약검사도 양성인데 '무죄'…왜? [디케의 눈물 203]

휴대전화 속 투약 영상에 마약검사도 양성인데 '무죄'…왜? [디케의 눈물 203]

데일리안 2024-03-29 05:1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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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분실 휴대전화서 마약투약 정황 다수 발견…법원 "증거 위법수집, 무죄"

법조계 "정보 접근, 최소한에 그쳐야…적법절차 안 따랐다면 증거로 쓸 수 없어"

"범죄정황 나왔어도 추가 열람 멈추고 영장 먼저 받았어야…영장주의 위반"

"경찰의 판단 아쉽지만…형법상 '피고인 기본권 침해 보호' 대원칙 따른 판례"

ⓒgettyimagesBank

택시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에서 마약 투약 정황이 발견돼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1심이 무죄 판단을 내렸다. 법조계에선 휴대전화에서 범죄 정황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영장 없이 압수했다면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수집 증거인 만큼 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과 어긋나는 판결로 비춰질 수 있지만 피고인의 신체적 자유 및 기본권 침해를 보호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충실히 따른 판례라고 강조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1부(최석진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9)씨에게 지난 27일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5월 16일 자신의 집에서 필로폰 0.1g을 희석해 주사기로 투약하고 같은 해 7월 30일에는 77만원을 주고 필로폰 1g을 매수하는 등 7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매수·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8월 A씨가 택시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의 습득물 신고를 받고 소유자를 확인하려던 경찰은 성명 불상자로부터 필로폰을 구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화 내역과 약물을 투여하는 영상, 사진 등을 발견하고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에 대한 소변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모발과 소변에 대한 정밀 감정에서도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1심은 "수사기관이 개인 휴대전화의 모든 정보에 무작위로 접근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임의제출 형식으로 영장 없이 압수해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와 이를 기초로 해 획득한 2차적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정보접근은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에 그쳤어야 하며 확인 과정에서 범죄 정황을 확인했다면 추가 열람을 멈추고 법원에서 먼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gettyimagesBank

그러면서 "압수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휴대폰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영장 없이 압수했으므로 해당 증거를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하여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고 본 것이고 마약검사결과 역시 위법수집증거를 기초로 해 획득한 2차자료라고 보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며 "휴대전화 증거 수집과 마약검사 사이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되었다는 사정이 없는 한 2심에서도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이번 사례의 경우 제삼자의 제보나 신고가 있었던 것이 아닌 휴대전화 소유자를 찾는 과정에서 우연히 범죄 정황을 발견된 것이기에 원칙적으로는 주인을 찾아주기 위한 용도로만 한정됐어야 한다"며 "피고인 자백이 있었다고 해도 압수수색 영장 없이 휴대전화를 압수하거나 자택을 수색해 나온 증거는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나온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적법한 절차를 통해 영장을 발부받고 증거를 수집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며 "경찰의 판단이 아쉽기는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고인의 신체적 자유 및 기본권 침해를 보호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충실히 따른 판례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과는 맞지 않는 판결로 충분히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정식 절차를 따르지 않고 위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할 경우 수사기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된다. 또한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 형사법상의 위법수집 증거배제 원칙은 너무나 명백한 조항이므로 함부로 벗어난 판결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 정황이 발견된 휴대전화가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이상 이후에 파생된 증거도 모두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검찰 입장에선 위법수집 증거로 인정된 휴대전화 이외에 다른 증거들로 2심에서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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