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쿠팡은 3년간 3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경북 김천과 대전, 울산, 충북 제천 등 전국 8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일제히 건립해 전국을 '쿠세권'(로켓배송 가능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현재 약 182개 시군구(전체 260개)에서 로켓배송을 운영하는 쿠팡은 앞으로 230여개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늘어나는 대부분 지역은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이다. 고령화(65세 이상) 비중이 40%가 넘는 경북 봉화, 전남 고흥·보성, 경북 의성·영양·청송, 경남 합천과 인구 3만명을 밑도는 전북 진안·장수·임실·순창, 경북 영양, 군위 등이다. 인구소멸위험 지역에서도 '고위험'에 속하는 곳들로 수익성이 높지 않아 통상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나 대형마트가 진출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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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의 한국 공습은 이제 시작?… 쿠팡과 보유 현금만 10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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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알리의 지난달 월간사용자수(MAU)는 81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성장했다. 알리가 대부분 차지하는 중국발 직구금액은 지난해 23억5900만달러(약 3조1000억원)로 58.5% 늘었다. 최근 추가 투자로 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이 6조원의 누적적자 끝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낸 첫해 알리의 2배가 넘는 3조원 투자 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0년간 6조2000억원을 투자한 쿠팡의 앞으로 3년 투자규모는 연 단위로 볼 때 훨씬 크다.
문제는 알리바바의 한국 시장 투자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다. 전 세계 240개국에 진출한 알리바바그룹은 매출·시가총액·영업이익률·보유현금 등 모든 면에서 쿠팡을 압도한다. 알리바바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64억달러(약 170조원), 173억달러(약 23조3000억원)에 이른다. 시가총액은 쿠팡과 10배 이상 차이 난다.
알리바바그룹의 지난해 9월 기준 보유 현금은 855억9500만달러(약 100조원)에 이르는데 쿠팡(52억달러)보다 10배 이상 많다. 알리바바가 지난 10년간(2013~2023년) 누적 당기순이익만 152조원을 낸 반면 쿠팡은 매해 손실로 6조 적자를 냈다. 알리바바의 한국 시장 1조5000억원 투자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이 신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중국 거대 유통 공룡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타이완에도 진출한 쿠팡이 중요한 교두보인 한국을 그대로 내주면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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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잠식하는 차이나 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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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이미 한국 시장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 등 한국 업체를 대거 입점시키는 K-베뉴를 비롯한 가전과 식품, 가공식품 카테고리를 늘리며 수수료 면제를 선언했다. 대형 가구와 가전을 무료 배송하는 '대형 상품 특송' 서비스도 출시했다. 아직 쿠팡과 비교해 배송 속도는 느리지만 물류센터를 대거 확충할 경우 속도전은 시간문제다.
알리의 공격적인 투자 선언에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저가공세의 알리 외에도 테무, 쉬인 등 '차이나 커머스'의 잠식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이마트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은 알리·테무의 공세를 걱정하는 주주들에게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전 임직원이 경영 쇄신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의 진출이 가속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매출이 잠식되고 소매 유통 질서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온라인 유통의 주도권을 내주면 제조와 물류, 서비스까지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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