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 더봄] 돼지고기를 대하는 세계인의 자세

[전지영 더봄] 돼지고기를 대하는 세계인의 자세

여성경제신문 2024-04-03 10:00:00 신고

한국에서는 육류 중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한다. 삼겹살과 목살은 구워 먹고, 뒷다리살과 앞다릿살은 김치찌개를 끓여먹고 등심이나 안심으로는 돈가스를 해 먹는다. 영양상으로 크게 차이는 없지만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는 가격이 저렴해서 일반 서민들도 즐기기에 부담 없는 대중적인 식재료이다.

돼지고기는 한국인의 육류 소비량 1위인 식품이다. /픽사베이
돼지고기는 한국인의 육류 소비량 1위인 식품이다. /픽사베이

고구려시대에도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는데, 결혼 예물로 술과 돼지고기를 준비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돼지고기 대우가 별로 좋지 않았다. 성질이 냉하여 몸에 좋지 않다거나 약의 효과를 없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농경사회에서 소는 농사 인력을 대체하는 귀한 존재였지만 돼지는 그렇지 못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도 시대에 따라 돼지고기를 대하는 자세가 달랐는데 전 세계적으로는 돼지고기에 대해 어떤 생각의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소고기보다 귀한 러시아의 돼지고기

사육환경 및 식문화의 차이로 인해 몇몇 국가에서는 돼지고기가 쇠고기보다 더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러시아의 경우,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편인데 소에 비해서 추위를 잘 타는 돼지는 러시아에서 기르기 힘들다는 이유로 특히 겨울이면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도 넓은 평야 초원지대에서 사룟값 없이 방목하는 소가 많다 보니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더 비싸다. 특히나 아르헨티나에서는 인구보다 소가 더 많다고 하고 같은 무게 기준으로 제일 저렴한 식재료가 소고기라고 한다.

더러운 동물로 천대받는 중동의 돼지고기

중동에서 돼지는 더러운 동물로 천대받는다. /픽사베이
중동에서 돼지는 더러운 동물로 천대받는다. /픽사베이

물이 부족한 사막 지역인 중동지방을 중심으로, 돼지는 곡류를 먹여서 키워야 하므로 인간의 식량을 축내는 동물로 여겨 천대받았다. 특히 돼지는 사육하는 데 물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사막 지역에서는 돼지를 키우기가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다.

특히 돼지는 땀샘이 없어 체온조절을 위해 진흙탕에 뒹굴면서 피부에서 기화열을 발산해야 하는데 좁은 우리에서 사육되는 돼지가 자기 배설물 위에서 뒹굴기도 하는 이런 습성 때문에 돼지가 더러운 습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동의 한낮 기온이 섭씨 40도가 넘는데 37도가 넘는 직사광선 아래에서 돼지는 살기가 어렵다. 이런 여러 이유로 중동에서는 돼지를 사육하기도 힘들고 이슬람교에서는 아예 돼지고기를 금기시하고 있다.

로마인이 가장 좋아했던 식재료인 돼지고기

로마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가 돼지고기였다. 모든 연회 요리에 돼지고기 요리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돼지고기는 가장 소화가 잘되고 영양가가 높은 음식으로 생각했다. 돼지와 인간의 살은 맛과 냄새가 비슷해서 인간의 살이 돼지고기라고 여길 정도였다.

게르만족들은 깊은 숲속에 돼지를 방목해서 먹고 살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스페인에서는 돼지를 깨끗한 숲에 방목하여 과일이나 견과류 등을 먹여 키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사육된 이베리코 돼지고기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대부분 유럽에서 돼지고기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고기로 인식되어 왔다. 유럽 왕실에서 먹는 고급 요리로 생후 3~4주의 어린 새끼 돼지 요리를 제외하고는 돼지고기가 잘 등장하지 않았다.

유럽의 농민들은 겨울철 돼지고기를 이용한 저장식품으로 소시지를 만들었는데 보존성도 좋고 맛도 좋아 가난한 유럽인들에게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특히 독일은 소시지가 가장 발달한 나라로 300여 종의 소시지가 있다.

소시지는 유럽의 돼지고기 저장식품이다. /픽사베이
소시지는 유럽의 돼지고기 저장식품이다. /픽사베이

돼지고깃값이 나라의 물가지수를 반영하는 중국

돼지고기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은 중국이다.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하루에 한 끼는 돼지고기를 먹어야 입안에 가시가 돋지 않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돼지고기에 열광하는 나라다. 그러다 보니 돼지를 쉽게 살찌우기 위해 여러 수단이 동원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위생이 무시되거나 성장제를 먹이는 등 문제로 돼지열병이나 구제역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두로 콩기름을 짜고 남은 콩깻묵을 돼지 사료로 주기 때문에 중국은 세계 최대의 대두 수입국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중국에서는 돼지고깃값과 콩값이 정권의 안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물가 지수 중 하나이다.

중국인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나 돼지고깃값이 정권의 안위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물가 지수 중 하나다. /픽사베이
중국인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나 돼지고깃값이 정권의 안위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물가 지수 중 하나다. /픽사베이

돼지고기를 대하는 세계인의 자세가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나라별로 가격도 다르고 삶기, 볶기, 튀기기, 통구이, 소금에 절이기 등 음식을 해 먹는 방법도 정말 다양하다.

삼겹살을 비롯한 목살, 다리 살, 등심, 안심뿐 아니라 항정살, 토시살, 갈매기살 등 특수 부위까지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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