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아동 위한 ‘사회적 돌봄’ 필요하다"

"가족돌봄아동 위한 ‘사회적 돌봄’ 필요하다"

베이비뉴스 2024-04-08 08:21:23 신고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가족돌봄아동 20세 이다희(가명). ⓒ초록우산 가족돌봄아동 20세 이다희(가명). ⓒ초록우산

나는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가족돌봄아동’이다. 가족돌봄아동은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질병, 장애 등을 앓는 가족의 보호자가 된 아동을 말한다. 가족을 돌보는 하루하루를 당연하게 생각하던 나는, 나 역시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나의 시간’을 찾기 위한 도움의 손길에 다가설 수 있었다. 내 자신이 ‘가족돌봄아동’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미래를 생각하고 노력하는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는, 나이가 드실수록 내 도움을 필요로 하셨다. 거동이 불편한 데다 치매 증상까지 심해지면서 나는 밖에 있어도 늘 할머니를 신경 써야 했다. 할머니께서 집을 나가 찾지 못하는 상황에도 도움을 청할 주변 어른이 마땅히 없어 무작정 이곳저곳 뛰어다닌 적도 있다. 집 근처의 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봤지만, 가족돌봄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도움은 얻지 못했다. 가족돌봄아동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 절차와 서비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의 가족돌봄에 대해 어른들의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변 어른들은 가족을 돌보는 나에게 “예쁜 나이에 딱하다”, “효녀다”라는 말들을 많이 했다. 안쓰러운 마음에 진심으로 전하는 말이었겠지만, 아주 잠시 힘이 될 뿐이었다. 오히려 아동의 가족돌봄을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 기특한 효행으로 보는 시선, 이것이 어쩌면 가족돌봄아동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되는 것을 막고 있는 건 아닐까.

가족돌봄아동에게는 믿을 수 있는 주변 어른이 필요하다. 하루 대부분을 가족을 돌보며 지내는 아동은 어디에 어떤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고, 그 방법을 찾을 만한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도 부족하다. 이렇게 사회의 정보와 관계에서 고립된 가족돌봄아동들을 찾기 위한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꼭 지인이 아니더라도 아동이 찾는 관공서, 복지관, 학교, 병원 등 여러 곳의 어른들이 아이들 상황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꿈을 키워 갈 시기에 가족을 위해 잠시 나를 내려놓은 가족돌봄아동은 효자, 효녀가 아닌 사회적으로 보듬어야 할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한숨 돌리며 ‘나의 시간’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 제도와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시면 좋겠다. 가족돌봄아동이 돌봄의 무게를 덜고, 서로 어울리며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운 미래에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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