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 더봄] 30년 후 대한민국의 자화상

[강정영 더봄] 30년 후 대한민국의 자화상

여성경제신문 2024-04-15 10:00:00 신고

25시는 '절망의 시간'을 의미한다. 루마니아의 순박한 시골 농부 ‘요한 모리츠(앤서니퀸 분)'는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되어 이 나라 저 나라를 장장 13년간이나 끌려다닌다. 풀려나서 자유인이 되어 상봉한 가족은 자신이 낳은 아들 둘이 아닌 셋.

러시아 군인에게 능욕당해 낳은 아들을 품에 안겨주며 “웃어요 웃어, 더 크게 활짝 웃어요”라고 사진사는 요구한다. 이 황당한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복잡하게 일그러진 표정을 짓던 앤서니 퀸의 모습은 보는 이를 슬프게 한다.

5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세월에 녹아있는 삶의 궤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속일 수 없다. 어떤 이는 환하고 선한 모습이다. 또 다른 이는 무언가 얼굴에 어둡고 음험한 모습이 각인되어 있다. 남에게 못 할 짓 하면서 살아온 흔적이다.

전쟁의 희생양이 된 앤서니 퀸의 일그러진 자화상 /영화 '25시' 포스터 캡처
전쟁의 희생양이 된 앤서니 퀸의 일그러진 자화상 /영화 '25시' 포스터 캡처

​사연 많고 굴곡 많은 대한민국, 3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환하고 희망에 찬 활기찬 모습일까, 25시의 앤서니 퀸처럼 일그러지고 불만에 가득 찬 모습일까. 한국호에 탑승한 승객들과 운전하는 위정자들이 얼마나 안목을 가지고 올바르고 책임감 있게 하는가에 달려있다. 

얼마 전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와 아이비리그 유명 대학 총장까지 지낸 김용 씨가 방문했다. 그는 "한국은 집단자살로 향하는 나라 같다"는 IMF 전 총재 크리스틴 라가드의 무서운 경고의 말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한 바 있다. 섬찟한 말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아주 예리하게 통찰한 것이다.

그가 걱정스럽게 바라본 사회현상은 크게 두 가지였다. OECD 최고의 자살률과 0.6으로 치닫는 출산율이었다. 이 두 가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쇼킹한 지표이다. 한국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좌절하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건 우리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지만 정신적인 재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면서 그는 굉장히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지만 해결할 수는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사회 전체가 의지를 가지고 같이 행동해야 하고 조금도 지체해서는 안 되는 ‘정신적인 응급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계층 간 세대 간 지역간 갈등이 더욱 심해졌다. 위정자가 국민의 중지를 외면하고 국민을 이기려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여야는 상대에게 칼을 들이대듯이 언어폭력을 가하고 지나간 역사까지 왜곡, 들먹이면서 저급한 언어로 상대 집단에 음해를 가했다. 일부 정치인들의 저질스런 언사는 도를 넘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배울까 걱정스러운 지경이 되었다. 이제는 집단 간 패싸움하듯 사회갈등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뿌리 깊은 갈등 상황을 풀지 않고서 대한민국 미래는 참담해 보인다. 이미 분단된 상황에 더하여 남쪽에서마저 또 나뉘어서 서로를 외면하고 분열하면 나라가 불안해진다. 좁은 나라에서 동서로 나뉘고 계층 간에 반목한다면 한국이라는 공동체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같다.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는 저출산 이슈이다. 출산율이 이대로 더 추락하면 나라가 서서히 소멸해 가는 것이다. 근본 처방은 청년세대의 주거와 교육 등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어 희망을 품게 해야 한다.

문제는 간단치 않다. 수도권 집값이 얼마인가. 월급 한 푼 안 쓰고 이삼십 년을 저축해도 못 사는 가격이 되었다. 묘하게도 서민을 위한다는 좌파 정권만 들어서면 이념적으로 부동산 문제를 다루다가 결과적으로 집값을 두 배씩 올렸다.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다면서 거꾸로 서민과 청춘들을 괴롭히는 정책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시장원리를 무시하면서 ‘억지 춘향’식 규제를 남발, 거래를 억제하고 집값만 올려놓은 부작용 때문이다.

환하게 웃는 미래의 자화상은 국민들과 위정자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픽사베이
환하게 웃는 미래의 자화상은 국민들과 위정자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픽사베이

청춘들에게 희망을 주는 손에 잡히는 대책이 시급하다.  

첫째,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AI와 로봇의 등장은 조직의 인력 구성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직장 문은 더 좁아질 것이다. 따라서 취업에 서너 번 실패해도 사회에서 낙오자로 찍어 소외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게 하고 함께 보듬어 품는 사회적인 공감 능력이 절실하다. 이게 없으면 미래를 이끌 청춘들이 무너지고 그들이 사회적 히꼬모리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둘째, 청춘들의 의식주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우선 배정과 출산 시 육아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한국의 사교육비는 살인적이다. 사교육이 창의력을 향상해서 노벨상을 타는 나라도 아니다. 오직 대학 입학시험을 위해 엄청난 사회적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처럼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은 전면 금지를 선포해야 한다. 사교육비 부담도 젊은 층의 출산 기피를 부추기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넷째 빈부격차는 이제 심리적 양극화를 초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현상을 이용, 일부 정치인들은 위험한 방향으로 사회체제 변혁을 은근히 부추기기도 한다. 절망하는 계층이 확산하지 않도록 정부가 소득 재분배 정책을 세심하게 보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팔 전쟁, 중국-대만 갈등 등 강국들이 자신들 이해관계를 위해 주변국을 전쟁으로 내몰고 있는 것도 한반도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상수이다.

거기에 더하여 국민들이 동서로, 계층과 세대 간에 분열하고 적대시하는 사회적 갈등 양상이 확산하고 있다. 젊은 층이 기본적인 주거와 양육 문제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면 한국호는 스스로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분열을 조장하고 역사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행위는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 실패한 자가, 사회적인 약자가 포기하지 않도록 사회적 포용력을 키우고, 좀 더 배려하는 사회가 되고 평등한 사회가 되도록 국민 모두와 위정자들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30년 후 한국호가 활짝 웃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적은 외부에 있지 않다. 분열로 스스로 무너지는 현상을 막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상처로 가득한 한국 사회를 치유할 수 있다. 이제는 치열한 경쟁이 아니라 서로 보듬어 안고 껴안는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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