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코오롱 美 '타이어코드' 소송전…'나일론전쟁' 재연?

효성·코오롱 美 '타이어코드' 소송전…'나일론전쟁' 재연?

아시아타임즈 2024-04-15 10:00:48 신고

3줄요약

코오롱인더스트리, 미국서 효특허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
효성이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 미국 특허 3건을 침해했다고 주장

[아시아타임즈=조광현 기자] 효성과 코오롱이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 특허를 두고 국내외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전세계 타이어코드 시장 점유율 1, 2위인 두 기업의 소송은 그 결과에 따라 시장점유율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 전망이다.

image 타이어코드 모습.(사진제공=효성첨단소재)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효성첨단소재와 효성USA를 상대로 특허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HTC 관련 미국 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게 요지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현재 미국에서 HTC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전기차 주요 시장인 북미 시장 주도권을 놓고 양사는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 형태를 유지하고 주행 시 타이어에 부여되는 하중과 충격을 견디는 역할을 하는 섬유 재질의 보강재다. 타이어의 내구성과 주행성능을 높이고 편안한 승차감을 느끼게 해주는 핵심 소재다.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에 따라 기존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보다 지지력, 저소음, 내마모성이 뛰어나 초고성능 타이어에 적용 가능한 HTC가 차세대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400kg이 넘는 무거운 배터리가 탑재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30% 이상 무거워 전기차 무게를 버티기 위해선 가볍고 내구성이 우수한 고강도 타이어코드 소재가 필요하다.

또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는 무게가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운만큼 내구성 강화를 위해 타이어코드를 10∼20% 더 사용한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HTC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어코드는 양사의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캐시카우’ 사업인 만큼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타이어코드 매출 비중은 효성첨단소재는 60% 이상, 코오롱인더스트리는 30% 이상을 차지한다.

효성첨단소재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51%, 15%의 점유율로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HTC 특허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 효성첨단소재는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등록한 ‘하이브리드 섬유 코드 및 그 제조 방법’ 특허 무효심판을 제기한 바 있다. 타이어의 고성능화 및 경량화를 구현할 수 있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타이어 코드 및 그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다. 다만, 특허심판원은 지난 3월 이와 관련해 일부 기각 및 각하 결정을 내렸다. 

양사의 소송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효성과 코오롱은 국내 유일 카프로락탐(나일론 원료) 생산업체인 카프로의 경영권을 놓고 1996년,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법적 공방 직전까지 가는 다툼을 벌인 바 있다. 이른바 ‘나일론 전쟁’이다.

카프로는 1969년 정부가 나일론의 원재료인 카프로락탐의 생산과 공급을 위해 설립한 국영기업이다. 1974년 상장하는 과정에서 효성티앤씨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각각 지분 20.0%, 19.2%를 확보한 바 있다.

현재는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경쟁력을 잃고 자본잠식에 빠져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지만 국내 카프로락탐 수요의 약 90% 이상을 독점 공급하며 2011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2100억원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던 때가 있었다. 카프로의 1·2대 주주였던 효성과 코오롱은 당시 카프로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1996년 코오롱은 효성이 임직원 차명계좌로 주식을 매입해 카프로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오랜 기간 수사를 받기도 했다.

양사는 카프로를 놓고 2004년 2차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조석래 명예회장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카프로의 경영권 문제 때문에 전격 회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 총수가 전격 회동한 지 한 달 뒤 2차 경영권 분쟁이 터졌다. 카프로가 1988년 이후 16년 만에 첫 유상증자에 나섰고 효성은 당시 3대 주주였던 고려합섬의 카프로 지분 7.44%를 전량 인수해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오롱이 “효성이 1996년 코오롱, 효성, 고려합섬 3대 주주가 카프로의 지분 변동이 있을 때 사전 협의를 하기로 한 협약을 위반했다”며 즉각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이번 특허소송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제기한 이유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의 당사자가 재판 전 단계에서 소송에 필요한 항목과 내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정보나 증거를 공개하고 수집하는 제도다.

국내에선 아직 도입 논의 수준인 이 제도는 재판절차 전 분쟁 당사자가 갖고 있는 증거를 공개하는 증거조사 방식이다. 소송 당사자들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증거를 보존할 의무를 가진 당사자가 증거를 인멸, 은닉, 변조 등의 증거 훼손을 할 경우 패소 판결까지 가능하다. 이로써 법원의 심리 기간도 단축되고 재판 절차 역시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냈을 때 한국 법원이 아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했던 이유도 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와 관련해 코오롱의 ‘학습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증거 훼손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는데 코오롱은 2009년부터 6년간 듀폰과 아라미드 소재 제품인 헤라크론의 개발과 관련해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이 제도의 위력을 실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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