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난임시술 "남자구실 못한다" 사회 분위기에 아파도 '쉬쉬'

남성 난임시술 "남자구실 못한다" 사회 분위기에 아파도 '쉬쉬'

베이비뉴스 2024-04-15 17:30:56 신고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난임시술, 여자만큼 남자도 괴롭다..사회적 분위기+가족 압박으로 배우자 관계도 악화. ⓒ베이비뉴스 난임시술, 여자만큼 남자도 괴롭다..사회적 분위기+가족 압박으로 배우자 관계도 악화. ⓒ베이비뉴스

임신은 자궁이 있는 여성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때문에 난임의 원인 질환이 정확히 있는 경우가 아닌, 원인이 불명확한 난임인 경우 신체적, 심리적 고통은 보통 여성이 더 크게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난임치료를 받는 남성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찮다는 연구결과가 밝혀졌다. 가족의 개입과 압박, '남자 구실 못한다'는 사회적 편견과 시선이 가장 고통스러웠지만 더 고통받는 아내 앞에서 고통스럽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렵다. 

성균관대학교 문은미, 김민아는 지난해 발간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43호에 '난임 시술을 받은 남성의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주제로 난임 시술을 경험한 남성 8명과 심층인터뷰를 수행하고 사례분석결과를 게재했다. 

2021년 기준 난임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 25만 2000명, 2017년 대비 20.9%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그중 남성 난임환자는 35.4%를 차지했는데 2017년 대비 43% 증가한 수치다. 동기간 여성 난임환자 증가율은 11.4%였다. 2017년 난임시술 이용자 수는 1만 2569명에서 2021년 14만 3999명, 이중 남성 시술환자는 2017년 5203명에서 2021년 6만 5900명으로 12배 이상 늘었다. 

연구진은 "그동안 난임은 주로 여성의 문제로 여겨져 왔고, 난임 관련 연구도 여성이 경험하는 심리적 어려움과 삶에 집중되어 온 채 난임 남성들은 학문적,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왔다"라며 "이 연구는 남성 난임에 대한 낙인이 높은 한국의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난임 시술을 받은 남성들의 심리사회적 어려움에 대한 인식을 도모하고 이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심리사회적 개입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난임 시술을 받은 남성들은 여성들과 다른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영국에서 먼저 선행된 연구에 따르면 난임 시술을 받은 남성은 아내에 대한 죄책감,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겪었으며, 난임 시술을 받기 위해 직장 내 근무 조정의 어려움, 생산성 저하, 재정적 부담 등도 느꼈다. 여성에게 집중되는 시술 과정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사회적 지지도 부족했다. 

문은미·김민아 연구진은 보조생식술 시술 받은 경험이 있는 33~43세 남성 8명을 연구 대상자로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들은 "남성들이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삶을 갖지 못하는 비정상성에 괴로워하였고, 부모라는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수치심과 남성성에 대한 상실을 표현하였다. 이는 선행연구에서 국내 난임 남성들이 비정상성으로 소외감을 느낀 결과와 일치했다"라며 "남성의 전통적인 역할이 여전히 중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난임 남성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자존감이 저하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난임 남성의 경험이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인터뷰에 참여한 남성들은 난임을 진단받고 시술하는 과정에서 가족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경험을 했는데 특히 부모님의 개입으로 심리적 압박과 죄책감을 느꼈다. 배우자와 관계도 악화됐다. 의무적 성관계에 대한 부담, 배우자에게 느끼는 죄책감, 시술 결과에 대한 두려움, 시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통의 부재로 부부 간 갈등이 폭발했다. 그러면서도 남성들은 "자신의 고통은 드러내지 않은 채 시술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아내를 돌보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직장과 사회적 관계에서 난임 시술 경험 공개에 스트레스와 부담을 느꼈으며, 여기에 더해 난임 시술 과정에서 남성에 대한 사회적 지지체계도 부족하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남성에게 주어지는 난임 시술 치료 휴가로는 난임 시술로부터 충분히 회복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었으며, 이마저도 직장의 상황에 따라 사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 난임 남성의 제도적 지원이 미흡 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난임 시술에 소요되는 경제적부담은 연구 참여자들의 고통을 가중하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국내 난임부부 시술지원사업에서 남성이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준 선행연구와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남성 난임에 대한 개별화된 심리상담이 제공돼야 하고, 배우자와 가족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도록, 또한 사회적 관계에서 난임으로 인한 어려움에 대한 공개 정도나 범위를 사전에 고민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난임부부를 비정상적으로 바라보거나, 난임남성을 남성성의 위협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개선해야 하며, 현재 모성기준으로 마련된 난임부부를 위한 조직 및 국가 지원사업에 남성을 포함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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