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OUT’…보수적이던 공연계, 험난한 다양성 시도 [D:이슈]

‘인종차별 OUT’…보수적이던 공연계, 험난한 다양성 시도 [D:이슈]

데일리안 2024-04-17 11:00:00 신고

최근 국내외 공연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내달 11일 개막을 앞둔 이 작품에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배우 톰 홀랜드와 함께 줄리엣역으로 흑인 여배우 프란체스카 아베우다 리버스가 낙점됐기 때문이다.

ⓒ제이미 로이드 컴퍼니

톰 홀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높진 않지만, 리버스 역시 BBC 코미디 시리즈 ‘배드 에듀케이션’에 출연했고, 여러 차례 연극 무대에 선 연극 배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은 이 배우의 캐스팅을 두고 “원작은 훼손한다”거나 “작품의 몰입감을 방해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인종차별성 발언은 물론 배우를 향한 도 넘은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영국 연출가 제이미 로이드가 이끄는 제작사 제이미 로이드 컴퍼니는 성명을 통해 “온라인 폭력은 반드시 중단돼야 하고, (인종차별적) 괴롭힘은 신고할 것”이라며 “출연진 발표 후 온라인에서 회사 구성원을 향한 개탄스러운 인종차별이 쏟아졌다. 맘춰야만 한다. 우리는 뛰어난 아티스트들과 작업 중이다. 그들은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 어떠한 학대도 용납하지 않고 신고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흑인 배우 캐스팅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3년 개봉한 디즈니의 ‘인어공주’는 주인공 아리엘 역할을 흑인 가수 할리 베일리가 맡았다. 당시 ‘흰 피부에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애니메이션과 동떨어진 외모라는 지적이 일었다. 배우를 향한 인종차별과 비난이 이번 줄리엣 사태와 같았다.

이런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계에서는 피부 색깔, 즉 인종이나 민족과 상관없이 캐스팅하는 ‘컬러 블라인드 캐스팅’이 증가하는 추세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지난 2008년 뮤지컬 ‘위키드’의 여주인공 엘파바, 2014년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2015년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등의 역할에 흑인을 캐스팅했고,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2016년 연극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에서 헤르미온느 역으로 흑인을 캐스팅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오페라의 유령’이 흑인 배우 루시 세인트루이스를 크리스틴 역에 캐스팅하기도 했다. 전 세계 1억 4000만명 이상이 관람한 고전이지만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를 통틀어 흑인 배우가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 역할을 맡은 건 당시가 처음이었고, 2016년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알리 에월트가 크리스틴을 연기한 것이 유색인종으로는 최초였다.

우리나라 공연계에서도 인종차별과 관련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공연한 ‘멤피스’의 경우도 무대에서 흑인 캐릭터를 직관적으로 보여줬던 블랙페이스(검은 피부 분장) 없이 의상과 분위기만으로 인종을 구분할 수 있게 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만들지 않은 점을 두고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외 공연계의 보수성이 쉽게 바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양성에 대한 요구와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매번 몰입감과 원작 훼손이라는 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 역시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금은 공연을 잘 마무리 지었지만 ‘오페라의 유령’의 세인트루이스를 캐스팅했을 당시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함께 나왔던 것이 사실이고,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에 캐스팅됐던 흑인 여배우 노마 드메즈웨니도 한동안 욕설과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계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문화의 다양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산업보다 가장 보수적인 시스템 속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앞으로 계속 전진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내외 공연계에도 분명 발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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