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낫] "그냥 농촌에 살고 싶었어요"···박사 과정 수료생의 농촌 일대기

[와이낫] "그냥 농촌에 살고 싶었어요"···박사 과정 수료생의 농촌 일대기

여성경제신문 2024-04-17 12:00:00 신고

3줄요약
강윤영(37) 씨는 청년 농부로 밀양 스마트팜에서 토마토 재배 실습도 하고 있다. /이민경 PD
강윤영(37) 씨는 청년 농부로 밀양 스마트팜에서 토마토 재배 실습도 하고 있다. /이민경 PD

'여성이라고 못 한다'는 것과 '여성만 해야 한다'는 것 모두 편견이다.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 힘든 시대라 편견은 더 심한 듯하다. 많은 사람이 여성의 직업으로 '선생님'이나 '공무원'을 추천하고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직업, 힘과 체력을 요구하는 직업에 여성이 종사하는 것은 이상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여성경제신문은 '왜 안 돼?'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남초', '여초'라는 경향을 무시하고 그저 이 직업이 좋아서 선택한 사람들. 그들의 생활은 일반적인 다른 직업인들과 크게 다른 걸까? [편집자 주]  

"그냥 농촌 지역에서 살고 싶었어요"

흔히들 귀농하여 농부로 살아가는 삶은 60대를 넘기고 은퇴한 노인들이 주로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이 귀농하는 것은 여전히 특이하다는 인식이 있다. 또한 '농부'라는 말을 들으면 밀짚모자를 쓰고 소매를 걷어붙인 채 모내기를 하는 '남자 농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성 농업인도 계속 증가 추세다. 강윤영 씨(37)가 대표적인 예다.

강 씨는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했다. 베트남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농업에 관심을 두게 됐고 한국농어촌공사에 취직했다. 회사에 다니며 서울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박사 과정 중 귀농을 결심했고 지금은 2년 차 초보 농민인 강 씨는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는다. 젊은 여성이 귀농한 것을 두고 누군가는 큰 결심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것이다. 하지만 강 씨가 귀농을 꿈꾼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오래 전부터 농촌에 살고 싶었다"는 게 귀농의 이유였다.

본지는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경남 밀양에서 농사하는 강 씨를 찾아가 여성이 농사에 도전하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인터뷰했다.

— 귀농한 지는 몇 년 째인가.

"정확하게 귀농했다고 할 수 있는 시기는 2022년 2월부터다. 완전히 내려온 것은 2월이지만 앞서 1년 정도 왔다 갔다 하면서 준비했다."

— 언제부터 농사하겠다고 마음 먹었는가.

"마음은 항상 먹고 있었다. 농사로 돈을 벌고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2021년에 정부 지원금으로 창업 지원금을 받은 이후부터다."

강 씨가 초당옥수수 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민경 PD
강 씨가 초당옥수수 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민경 PD

— 원래부터 농부가 꿈이었는지.

"농부가 꿈이라기보다는 농촌 지역에 사는 것이 목표였다. 농촌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봤고 그게 농사였다. 그래서 농업인들이 농촌에 와서 어떤 일을 하는지 많이 공부했다."

강 씨는 대학원에서 박사까지 수료했음에도 서울의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고 있다. 이전부터 농촌에서 살고 싶었던 강 씨는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농사였고 부모님이 농사하던 것도 도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아무런 기반 없이 시작한 부모님도 열심히 하니 집, 토지 등 경제적인 여건들을 마련해 왔다"고 말했다. '시대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농업도 잘만 하면 길이 있겠구나' 느낀 것이다.

그는 "우리 시대 때는 달라진 것도 많다. 쓸 수 있는 자원도 많아지고 활용도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농산업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농업·농촌을 힘들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췄다.

수출입 회사서 한국 농작물 가능성 발견

강 씨가 곁순 제거 작업 전 비닐하우스에 공기가 통하게끔 비닐을 걷고 있다. /이민경PD
강 씨가 곁순 제거 작업 전 비닐하우스에 공기가 통하게끔 비닐을 걷고 있다. /이민경PD

— 농사를 짓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농사를 짓기 전에는 해외에 많이 있었다. 20대 때 2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베트남에 살았었고 30대에 다시 베트남을 가게 됐다. 현지 유통업체에서 식품들을 수입하고 판매하는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딸기, 포도 같은 한국 농산물도 수입했었는데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농촌·농업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베트남에서도 한국 딸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걸 보고 한국 농산물의 수출 가능성이 크다고 느꼈다."

— 농사 일이 힘들지는 않은지.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농사에 쓰이는 근육은 한정적이고 앉아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퇴화하는 느낌이다. 관절에도 좋지 않아 새벽 6시마다 시내에 가 헬스 트레이닝을 한다."

강 씨가 부모님과 함께 곁순을 제거하고 있다. 그는 귀농 2년차라 부모님께 일을 배우고 있다. /이민경 PD
강 씨가 부모님과 함께 곁순을 제거하고 있다. 그는 귀농 2년차라 부모님께 일을 배우고 있다. /이민경 PD

— 날씨나 가격 등 농사를 하면서 신경 쓰이는 점은 없는지.

"요즘에는 기후 변화가 심하다. 햇빛을 받아야 농작물이 잘 자라는데 구름이 많이 낀다. 그런 면에서 비록 비용이 부담되더라도 환경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팜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가격 불안정성이 있지만 젊은 친구들이랑 협업해서 도전하고 있다. 비록 돈은 없지만 아이디어는 많으니까."

강 씨는 현재 온실 하우스 1만6528㎡(5000평) 노지 2만3140㎡(7000평)에 초당옥수수, 감자, 벼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현재 부모님 밑에서 농사를 배우고 있으며 온라인 매출에서 나오는 부 수입을 모두 갖는다. 강 씨는 "아버지의 경우 주로 계약 재배를 하시는 경우가 많다. 유통 상인을 거쳐 대형마트에 납품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마트 납품의 경우 판매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수익률은 조금 낮은 편이다.

단점도 장점으로 받아들인 농촌 생활

홈페이지에 업로드할 사진을 강 씨의 아버지가 찍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이민경 PD
홈페이지에 업로드할 사진을 강 씨의 아버지가 찍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이민경 PD

— 농촌 생활이 적성에 맞는지.

"서울에서도 딱히 문화생활을 누리는 편은 아니었다. 농촌 생활을 하면서 좋은 점은 80대 후반의 어르신들을 자주 만날 수 있고 이를 통해 인생이 무엇인지 고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스마트팜 밸리에는 젊은 사람도 많고 그런 분들이랑 교류하는 것도 재밌다."

— 농사의 장단점으로 무엇이 있는가.

"노동이 과하고 농촌으로 와야 하다 보니 편의점 등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인프라는 누리기가 힘들다. 그래도 농사를 하면서 여러 생물이나 식물을 보고 노력의 결실을 느끼는 건 재밌다. 얼마나 가꿔주느냐에 따라 변하는 상태를 보는 게 좋다.

장단점은 사람마다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단점이라 생각하는 인프라 문제도 지역 친구들과 같이 하는 사업을 하면서 해소하고 있다. 오히려 내게는 장점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많다.“

한해 수입은 대중이 없긴 하지만 1년에 1억 정도의 순수익이 나온다. 그는 "중간에 상인들이 전량을 밭떼기하는데 조금 더 다양하게 판매 루트를 만들면 훨씬 더 순수익이 높아질 것 같다"고 했다. 강 씨는 농장의 시스템화를 목표로 두고 있으며 최종적인 꿈은 사업의 확장과 농촌의 교육화·자원화이다.

마지막으로 강 씨는 "농사 일이 힘들지 않느냐. 엄마, 딸, 아내로서의 역할도 있는데 그 삶의 무게가 있지는 않은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삶의 무게는 당연히 진다"며 다만 "이제 농촌에는 남자보다 여자 농업인이 더 많은 것 같다. 가정이 생기면 말씀하신 점들도 고려해 봐야겠지만 아직은 그걸 고민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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