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가 ‘퇴물’이라고?

트와이스가 ‘퇴물’이라고?

평범한미디어 2024-04-19 17:56:02 신고

#2021년 6월부터 연재되고 있는 [윤동욱의 불편한 하루] 칼럼 시리즈 14번째 기사입니다. 윤동욱 기자가 일상 속 불편하고 까칠한 감정이 들면 글로 풀어냈던 기획이었는데요. 2024년 3월부턴 영상 칼럼으로 전환해보려고 합니다. 윤동욱 기자와 박효영 기자가 주제를 정해서 대화를 나눈 뒤 텍스트 기사와 유튜브 영상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대담: 윤동욱·박효영 기자 / 기사 작성: 박효영 기자] 걸그룹 박사 윤동욱 기자에게 트와이스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20대 중반 인생의 풍파로 힘들어할 때 트와이스라는 걸그룹을 소비하며 위안을 얻었고 힘을 내서 더 열심히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윤 기자는 몹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찐팬으로서 트와이스가 퇴물? 한물 갔다? 그런 의견들이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 역정을 낼 수밖에 없었다.

 

데뷔한지 9년, 햇수로 활동 10년차가 된 걸그룹 트와이스는 정말 퇴물이 됐을까? <사진=트와이스 인스타그램>

 

특히 트와이스가 짬이 있는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4세대 걸그룹의 화제성과 비교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2015년에 데뷔해서 현재 10년차가 된 만큼 이제는 뉴진스,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여자아이들 등 4세대 최정상 걸그룹보다 더 많은 주목도를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트와이스는 3세대 걸그룹 대표 주자로서 10년간 살아남아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위상을 존중받아야 한다. 물론 2019년에 출시된 미니 7집(타이틀곡: FANCY) 이후에 나왔던 곡들은 과거 명성에 비해 히트곡 반열에 못 오르는 분위기가 있긴 있었다. 2020년부터 2024년 2월에 발매한 미니 13집(타이틀곡: ONE SPARK)까지 반향이 부족했다. 이 기간 동안 네이버에 노출된 여러 게시물들에서는 트와이스가 퇴물이 됐다는 노골적인 악플성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말 트와이스가 에스파와 뉴진스에 밀려 용두사미의 느낌으로 화제성이 현저히 줄었으며 글로벌하게 콘서트로만 간간이 수입을 올리고 있는 걸까? 윤 기자는 “벌써 데뷔가 2015년이니까 지금 10년차다. 그런 걸그룹이 옛날 2015·2016·2017년 그 시기에 그런 화제성하고 비교하는 거는 사실 약간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제 화제성은 아무래도 조금 옛날보다는 덜할 수 있는데 그래도 앨범 판매량이라든지 음원 순위 그러니까 해외 콘서트 수입 등등 이런 걸 다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아이돌 걸그룹을 평가하는 지표들로 종합적으로 봤을 때는 절대 퇴물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해외에서는 여전히 트와이스의 영향력이 굉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나 “해외에선”이라는 단서가 붙는다는 것 자체가 국내에서는 뒤로 밀려났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뭔가 께름칙하다.

 

박효영 기자: 방금 표현들이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여전히? 이런 말들 자체가 국내에서 화제성은 상당히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니까 국내 걸그룹 시장이 워낙 치열하고 이제 탑4(뉴진스/에스파/아이브/여자아이들)가 워낙 두각을 나타내다 보니까 거기 그 사이 그러니까 국내 최정상 위치에 트와이스가 들어가기에는 좀 약간 자리가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 2021년과 2022년도에 열심히 곡을 냈다. 근데 화제성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은) 그건 사실인 것 같다.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그것만으로 퇴물이라고 하긴 그렇고 아직도 여러 가지 돈을 벌어올 수 있는 캐시카우적인 부분이 많다.

 

윤 기자: 분명하게 말하면 아직도 트와이스는 건재하다.

 

네이버에서 노출되고 있는 트와이스 퇴물론 게시물들. <캡처=네이버>

 

물론 윤 기자도 마냥 ‘트와이스 바보’가 아니다. 어느정도 현실을 알고 있다. 윤 기자는 트와이스가 주목도에서 많이 내려오게 된 시기에 대해 “2019년이 기점”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팬시 이후로 그때부터 이제 컨셉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생소했을 수도 있는데 기존에 이제 막 상큼하고 깜찍한 노래를 부르던 그때에 비하면 조금...

 

시리즈로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가 그렇듯이 전편에 비해 달라야 하고 변주를 줘야 하는데 걸그룹도 연차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컨셉 변화의 과정에서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윤 기자는 “그렇지 않다”면서 단호했다.

 

나는 근데 그런 컨셉으로의 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고 본다. 걸그룹이라는 게 나이를 먹어가면서 컨셉 변화를 해야 될 시기가 오기도 하고. 트와이스가 컨셉 변화를 시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인기가 훅 떨어진 건 아니었다.

 

차라리 주목도가 줄어드는 타이밍이었던 2020~2021년에 무리하게 국내에서 곡들을 발표하지 말고 좀 더 공들여서 완성도 있는 컨셉으로 컴백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보면 해외 위주로 간다는 것 자체가 국내에서는 약발이 떨어졌단 말이기 때문에 그 떨어지는 약발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곡들을 연달아 내는 것이 무리수가 되진 않았을까?

 

트와이스가 그래도 일본을 아예 씹어먹었다. (트와이스가 카라급 인기였는지?) 물론 카라는 미스터 할 땐 워낙 인기가 최정상이라서 그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톱가수들만 출연하는) 홍백가합전에도 트와이스가 나왔다. 홍백가합전에 나오는 게 사실 톱스타의 지표다. 그러니까 보아도 이제 홍백가합전 나오면서 진짜 보아가 일본에서 스타가 됐다고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뭐냐면 트와이스가 아시아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다. 미국에서도 분명히 대박이 났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왔다.

 

지난 3월 트와이스가 딩고에서 무수히 많은 히트곡들을 라이브로 들려줬다. <사진=딩고 캡처>

 

해외에서 잘 팔린다는 명제 말고도 트와이스의 건재함을 증명하는 지표들이 좀 있다. 일단 유튜브 구독자수 랭킹이다. 2024년 3월 기준 한국 걸그룹 유튜브 구독자 랭킹은 아래와 같다.

 

1위 - 블랙핑크 9310만명

2위 - 트와이스 1690만

3위 - 잇지 903만명

4위 - 여자아이들 799만명

5위 - 마마무 695만명

6위 - 뉴진스 669만명

7위 - 레드벨벳 542만명

8위 - 에스파 542만명

9위 - 르세라핌 492만명

 

블랙핑크 다음으로 높은 2등이다. 무려 1690만명인데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3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물론 활동 기간이 오래됐기 때문에 누적치가 있을 것이다. 앨범 판매량으로 살펴보면 팬덤 ‘원스’의 응집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2022년 11월 기준 트와이스의 한국 음반 판매량이 1000만장을 돌파했다. 해외 판매량은 제외한 수치다. 이밖에도 CHEER UP과 TT 등 메가 히트곡들이 121차례나 음악방송에서 1등을 차지했다. 한국 걸그룹 역사상 1등이고 아이돌 전체로 봐도 2등이다. 또한 멜론이 발표한 2010년대를 풍미한 베스트 TOP 100 차트에 무려 4곡이나 들어가 있다. 한국 아이돌 그룹 중 가장 많다. 나아가 멜론 총 스트리밍 횟수가 29억을 돌파해서 걸그룹 중 1위다. 2010년대에 발매된 걸그룹 앨범 총 판매 순위 TOP 10에는 무려 9개의 앨범이 랭크돼 있다. 한 마디로 3세대 걸그룹 전성기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12일 드디어 트와이스가 딩고에 나왔는데, 불렀던 19곡 중 무려 13곡이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알려진 히트곡들이었다.

 

OOH-AHH하게(2015)

CHEER UP(2016)

TT(2016)

KNOCK KNOCK(2017)

LIKEY(2017)

Heart shaker(2017)

SIGNAL(2017)

What is love?(2018)

Dance the Night away(2018)

YES or YES(2018)

Feel special(2019)

FANCY(2019)

Alcohol-free(2021)

 

박 기자: 토털 13곡인데 얼마나 많은 거냐면 그러니까 이 정도면 거의 god와 빅뱅급이다. 두 그룹 모두 히트곡이 무지 많은 국민 그룹의 반열인데 트와이스가 한국인들의 귓속에 맴도는 히트곡이 그렇게나 많다. 콘서트 세트리스트 차고 넘친다. 중간에 안 유명한 거 몇곡 끼고 소화하더라도 아주 여유롭다.

 

윤 기자: 딩고에 나오려면 히트곡이 많아야 하는데 불러도 불러도 다 아는 곡이더라.

 

지난 3월 트와이스가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공연을 하는 도중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트와이스 인스타그램>

 

결론부터 말하면 2012년에 데뷔해서 얼마전까지 신곡을 내고 활동하고 있는 ‘에이핑크’에 대해 한물 갔다고 잔인하게 평가하지 않는 것처럼, 트와이스는 데뷔 직후부터 5년여간 정점을 찍었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 행보에 대해 그때에 비해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상대적 비아냥이 나오는 것 같다.

 

트와이스의 음악적 메시지는 주로 사랑을 갈구하는 10~20대 여성의 마음을 대변했다.

 

박 기자: 히트곡들 위주로 그동안 트와이스가 노래에 담는 메시지가 뭐였냐면 썸 단계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10~20대 여성의 감정이더라. 썸을 타거나 썸을 타고 싶다. 또는 이미 썸인데 조금만 더 분발해줘. 내 마음을 얻으려면! 그게 CHEER UP이다. 사실 내가 있잖아. 약간 내숭부릴 수밖에 없는 거 알지? 여자의 마음이 그래. TT류도 내가 좋아하는 남자는 왜 날 안 좋아해주지? 얼마 전에 이제 카리나 연애 논란으로 인해 유사연애 감정 이야기가 나왔는데 트와이스야말로 유사연애 전략의 끝판왕이다.

 

윤 기자: 계속 그 간질간질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박 기자: 그러니까 10~20대 여성의 감정을 표현하다 보니까 오빠 소리를 해줄 수 있는 여성을 누가 좋아하는가? 남자 삼촌팬들이다. 윤 기자처럼 시커먼 아저씨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다.

 

윤 기자: 이제 트와이스는 우리 1990년대생부터 2000년대 초반생까지 해서 중고등학교, 대학교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면 책임진 걸그룹인 것 같기도 하다. 트와이스 뮤비 보면서 과거 청소년기의 추억이 많이 생각나고, 군복무 시절이 떠오른다고 한다. 나도 트와이스가 CHEER UP을 했던 시기에 어떤 일이 있었지? 이게 다 선명하게 기억난다.

 

박 기자: 그렇지. 그러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는 다 그런 추억과 함께 저장되는데 윤 기자 개인의 서사로 봤을 때 참 힘들었을 때 트와이스가 치어리딩 해주는 그 복장으로 무대 퍼포먼스를 많이 했다.

 

윤 기자: 아니 근데 그때가 막 암울한 시기라고만 볼 수는 없고 물론 힘들 때 트와이스 노래가 많이 위로가 돼준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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