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옵션 선택지 늘었지만 끼워팔기 여전

車 옵션 선택지 늘었지만 끼워팔기 여전

머니S 2024-04-20 06:30:00 신고

▶글 쓰는 순서

①車 옵션 선택지 늘었지만 끼워팔기 여전

②원하는대로 만들어드려요… '비싸게'

③헷갈리는 용어 남발…소비자도 공부해야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모닝 사려다 벤츠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판매 시작 가격은 저렴하더라도 이런저런 '선택품목'(옵션)을 더하다 보면 상위 모델과 가격 차이가 없어지면서 고민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와 유사한 경우다. 이미 끓고 있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바로 뛰쳐나오지만 반대로 차가운 물에 먼저 넣고 서서히 끓이면 결국 죽게 된다. 업체들의 세밀한 가격전략인 선택품목은 거부감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인 만큼 소비자들은 유혹에 말려들기가 십상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여러 선택품목을 묶은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대다수 소비자는 이를 선호한다. 돈을 조금 더 지불하면 보다 많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데다 고민거리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기능까지 같이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이들에겐 패키지 구매가 오히려 손해다. 필요한 기능만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대기기간이 무한정 늘어나기도 한다.

패키지 옵션 내놓는 이유는

신형 모닝 실내 /사진=기아 신형 모닝 실내 /사진=기아
자동차 제조사들은 여러 선택품목을 패키지로 묶어서 판매하는 게 일반적이다. 패키지에 포함된 모든 기능이 필요한 경우 가격 면에선 확실히 유리하다.

최근엔 패키지 상품 구매가 당연하게 여겨진다. 과거엔 출고 후 외부 '애프터마켓'에서 장착해도 되는 품목이 많았지만 현재는 차를 살 때 처음부터 추가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비게이션이 대표적이다. '길 안내'라는 일차적 기능 외에도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고도화된 주행 및 주차보조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시스템 등 기능이 연동하도록 설계된 탓에 신차 구입 시 관련 패키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연관 기능을 패키지화하는 게 추세지만 교묘히 감춰진 것들도 많다. 최신 서스펜션 기술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고급화'라는 명목 아래 '무드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사야 하는 식이다.

기아 모닝 선루프는 최고급 트림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사진=기아 기아 모닝 선루프는 최고급 트림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사진=기아
함정은 더 있다. 낮은 등급 트림에서는 고급화 옵션과 패키지를 고를 수조차 없다. 예를 들면 국내 대표 경차인 기아 모닝은 3개 트림으로 나뉘는데 기본 트림인 '트렌디'와 상위 '프레스티지'에서는 선루프를 고를 수 없다.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를 고른 뒤 40만원을 더 내야만 가능하다.

트렌디 시작가격은 1315만원으로 1665만원부터 시작하는 시그니처와 350만원 차이가 난다. 시그니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무릎에어백, 열선시트 등의 품목이 기본이다. 선택품목 가격만으로는 135만원 차이지만 무릎에어백, 슬라이딩 센터 콘솔 암레스트, 크루즈컨트롤, 뒷좌석 USB-C 단자 등 하위 트림에 없는 기본 품목이 추가된다. 단지 금액만으로 차이를 논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선택지가 없는 부분에 대한 지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대표 대형 세단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경우엔 기본 트림인 '프리미엄'부터 119만원을 추가하면 파노라마 선루프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보스(BOSE) 프리미엄사운드 패키지나 천연가죽시트, 2열 컴포트 패키지 등을 고를 순 없다.

제네시스 신형 GV80 실내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신형 GV80 실내 /사진=제네시스
제조사 입장에선 선택품목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불량률과 생산 단가가 증가할 수 있다. 대중 브랜드는 선택 가짓수를 줄여야 일정 가격 유지하면서 생산효율도 챙길 수 있다.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간혹 차종에 따라 수동변속기 등 특별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이 있는데 일정 수의 인원이 모이고, 옵션을 통일해야 생산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적이 있다"며 "대량생산 체제에서는 특별한 주문을 소화할 수가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고급 브랜드나 고급 차종에서는 선택품목이 다양해질 수 이유"라고 덧붙였다.

국내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초기 낮은 수준의 주문생산 프로그램인 '유어 제네시스'를 운영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내는 맞춤형 생산이 아닌, 조합이 가능한 품목 수를 늘린 방식이다. 내·외장 컬러는 물론 안전벨트 컬러도 고를 수 있다. 가죽과 나무 등 내장 소재와 이에 포함되는 패턴 등 기본으로 선택할 수 있는 조합이 무려 10만가지가 넘었다. 하지만 실제 팔리는 건 인기 품목 위주로 구성된 패키지 선택 비중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수입차업체들은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목을 차종별 트림에 맞춰 미리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부 차종은 몇몇 품목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주문 후 차를 받기까지 기간이 늘어난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등 일부 럭셔리 브랜드는 구매자들이 제작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데다 제품 단가가 압도적으로 비싸 주문 후 개별생산이 가능하다. 벤틀리는 성격이 급한 한국인의 성향에 대응하기 위해 '코리안 패키지'를 적용, 미리 제작해둔 모델을 팔기도 했다.

스마트폰 앱처럼 내려받는 신기술

현대차 대표 세단 그랜저의 뒷좌석 /사진=현대차 현대차 대표 세단 그랜저의 뒷좌석 /사진=현대차
자동차업계에서는 앞으로 SDV(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시대가 굳어지면 특정 기능이 필요할 때 구독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처럼 신차를 살 때 기능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게 아니라 차를 산 뒤 필요한 기능을 다운로드해 사용하는 개념이다. 이 경우 신차 구입 시 초기비용은 낮아지는 대신 유지비는 증가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서 단기간 내에 확산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패키지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구매 패턴을 분석하면서 얻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이 정보를 접하는 루트가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져서 어설픈 구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국산차의 옵션질에 질린 분들이 수입차로 넘어오는 경우가 꽤 있다"면서도 "최근엔 차를 주문하면서 세부적인 품목까지 수정을 요구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Copyright ⓒ 머니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