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S | #12 소설가 이하진

NEW FACES | #12 소설가 이하진

마리끌레르 2024-04-20 10:12:00 신고

이 하 진

2001
소설가

물리학을 전공하고, 화학을 복수 전공하는 SF 소설가. 2021년 <어떤 사람의 연속성>이 포스텍 SF 어워드의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했고, 최근 10여 년간 붙들고 있던 첫 번째 장편소설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을 완성했다. 과학과 SF의 영역 안에 오래 머무르며 경이감과 낙관의 힘을 나누려고 한다.

“세상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으리라는 낙관을 품은 채
내 머릿속에 그려진 이야기의 실현을 꿈꾸고 싶다.”

과학소설을 처음 마주한 순간 어릴 때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이래서 그런 거구나!’ 하며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이 좋았 다. 초등학생 때 과학 경진 대회를 챙겨 나갔고, 고3 무렵에 처음으로 SF를 접했다. 당시 배명훈 작가의 <고고심령학자>를 읽 으며 흥미를 느꼈고, SF 앤솔로지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를 보고 나서는 충격을 받았다. 이후 김초엽 작가의 북 토 크에 참석했는데, 그가 책에 써준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바라던 곳에 닿으시기를.’ 그때부터 SF를 쓰기 시작했다.

시작의 동력 처음에는 소설이 문예창작이나 국문학 전공자만 쓸 수 있는 예술처럼 느껴져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작법을 배우진 않았지만 소설, 영화, 웹툰 등을 접하며 스토리텔링에 대해 배웠고 독서량이 많아 글도 나름 잘 쓰는 편이었다. 그래서 일찍이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꾸준한 노력과 하고 싶다는 의지가 운을 만나 빛을 발한 셈이다.

첫 장편소설 2013년, 열세 살 때 인디 게임 시나리오를 구상하기 시작한 게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으로 이어졌다. 10여 년의 시간을 거 치고, 두 번의 방학을 글 쓰는 데 쏟으며 처음으로 책 한 권을 만들었다. 출간 직후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서 더 호들갑을 떨더라.(웃음) 두 달이 흐른 지금은 이 책이 존재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함이 마음에 든다.

내 세대의 진심 어린 이야기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의 소재는 이능력, 즉 ‘이론상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능 력’이다. 여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녹여보자는 생각을 하다가 사회적 재난을 다루게 되었다. 최근 한국 SF의 경향상 사 회참여적인 이야기가 많아 그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내 세대는 또래가 희생되는 참사를 두 번 겪었다. 10대의 세월호, 20대의 이태원. 마침 올해가 세월호 참사 10주기인데, 이를 기억하려는 시도조차 가로막힐 때가 많아 작가의 말에 화가 난다 고 썼다. 소설을 읽으며 같은 세대로서 공감했다는 서평이 있었다.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구나 싶었다.

SF의 매력 SF를 읽다 보면 인식이 확장되는 듯한 경이감이 들 때가 있지 않나. 그게 내가 과학을 배우며 겪은 ‘아하!’ 모먼트의 느낌과 비슷하다. 과학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소설가가 심어둔 과학적 장치를 이해하며 그 세계관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살아 움직이는 글 SF를 쓰기 위해서는 상상하는 데 많은 힘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상상한 이야기를 소설로 완성해놓으면, 내가 더 이상 노력을 쏟지 않아도 스스로 존재를 알리더라. 그게 내가 소설을 쓰는 동력이 되어준다.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SF만 쓸 것 같다. 어려운 글을 회피하지 말고, 안 써본 글이라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계속 써나가고 싶다.

마주하고 싶은 세상 회의와 비관만 있으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지 않나. 예상치 못한 일이 숱하게 일어나지만, 세상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으리라는 낙관을 품은 채 내 머릿속에 그려진 이야기의 실현을 꿈꾸고 싶다. 소설을 읽고 쓰는 게 낙관을 찾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게 결국 소설의 효용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다음 내년부터 대학원에 다니며 입자물리 박사 학위를 무사히 받는 게 당장의 목표다. “그럼 소설가는?”이라고 묻는 지인들에게 “왜 병행할 거란 생각은 안 해?”라고 되물었다.(웃음) 과학을 공부하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니 SF를 쓰려면 학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글만 써서는 먹고살기 어렵기 때문에 전공을 살려 재정적 기반을 만든 뒤 소설가로서의 활동을 쌓아가려는 생각도 있다. 궁극적인 꿈은 ‘영화 속 세계에서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제일 먼저 죽는 엑스트라 연구원’ 같은 사람이 되는 거다. 이 세상의 중요한 무대 한편에 존재하고 싶다. 애매하지만 야심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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