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FACES | #13 시인 송희지

NEW FACES | #13 시인 송희지

마리끌레르 2024-04-20 10:30:00 신고

송 희 지

2002
시인

원하는 글을 쓰고 싶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누군가 나의 글을 읽어주길 바라며 투고를 시작해 열아홉 살에 등단한 시인. 지난해 첫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발표하며 자신의 내밀한 세계를 시 안에 펼쳐 보였다. 겉보기엔 건조해도 속은 활활 타오르는 시로 독자를 함께하기의 감각 안으로 불러들인다.

“혹자는 요즘을 자의식 과잉의 시대라 말하지만,
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발화하는 작업이 어떤 면에서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세 단어로 시인, 잉걸, 솥. 죽을 때까지 시를 쓰며 가난하게 살 것 같아 시인이라는 단어를 맨 앞에 두었다. 잉걸(불이 핀 숯덩이)은 겉보기엔 활활 타오르지 않아도 만져보면 뜨겁고 가까이 가면 불 냄새가 확 나는데, 나도 이런 온도감을 지닌 시를 쓰고 싶다. 마지막으로 솥 안의 재료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상태를 계속 달리하는 것처럼, 내 안의 여러 요소도 뒤섞이며 꾸준히 변하고 있다고 느낀다.

평생 이 짓을 하며 살겠구나 생각이나 감정을 표출할 수단이 필요했고, 늘 그것이 시였다. 초등학
교 1학년 때는 시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장래 희망에 시인이라고 적었다.(웃음) 감수성이 폭발하던 중학생 시절, 처음으로 시집이라 부를 만큼의 시 묶음을 만들었고 ‘앞으로 평생 이 짓을 하며 살겠구나’ 하고 어렴풋이 직감했다.(웃음)

쓰고 읽히려는 욕망 글쓰기는 혼자만의 외로운 작업이지 않나.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읽고 칭찬해주
길 바라며 투고하기 시작했고 운 좋게 열여덟 살에 등단했다. 고등학생 때는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했는데 써야 하는 글과 쓰고 싶은 글이 늘 같진 않았다. 그걸 참지 못해 자퇴했고, 검정고시를 치른 뒤 지금은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일찍이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저 이토록 자유분방하고 조금은 철없이 사는 나를 주변에서 지지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지난해 첫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출간했다. 불화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나와 나의 불화’ 혹은 ‘나와 세계의 불화’를 다루는 시편을 묶어냈다. 어릴 때부터 시 안에 퀴어적 요소를 포함해왔지만 그것이 은유나 수사에 어렴풋이 가려져 있었는데, 이 번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꾸미지 않고 전면에 드러내려 했다.

나를 드러내기 솔직함은 단순히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걸 주저하지 않음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스스
로를 믿는 용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힘차게 내뱉을 수 있는 힘도 내포하고 있다고 느낀다. 혹자는 요즘을 자의식 과잉의 시대라 말하지만, 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발화하는 작업이 어떤 면에서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MZ세대 시인으로서 나도 그런 면을 갖고 가려 하고.(웃음) 내밀한 세계를 구체적인 시어와 이미지로 풀어내며 드러냈을때, 서로의 오차 속에서 우리가 겹쳐지는 지점이 하나쯤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주 미미할지라도, 그 자체가 시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요즘의 화두 괴물성. 괴물성은 외부의 시선에서 비롯되는 잣대와 판단에 의해 발생하지 않나. 정형화된 기준에서 빗겨난, 내가 나일 수 있을 때의 모습. 그 괴물성에 주목하고 싶다. 정상성을 벗어난 것에서 포착되는 아름다움을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싶고.

나의 다음 최근 두 번째 시집의 원고를 묶어냈다. 앞으로는 시뿐 아니라 소설을 비롯한 여러 문학 장르
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고 싶다.

함께하기의 감각 앞으로도 계속 퀴어, 그중에서도 게이 문학을 할 것 같다. 내 작품을 읽은 이들이 내가 고등학생 때 느꼈던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더욱이 시를 읽으며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 느낀다면… 그것만으로 기뻐서 그대로 은퇴해도 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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