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씁쓸한 총선 후일담 [부광우의 싫존주의]

금융권의 씁쓸한 총선 후일담 [부광우의 싫존주의]

데일리안 2024-04-22 07:00:00 신고

3줄요약

상생 금융부터 청년 보험까지

시장원리 대체한 정치적 이해

선거철만 되면 홍역 언제까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본투표일인 10일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 야구부 실내체육관에서 한 시민이 투표하고 있다.ⓒ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선거철에 뭐 별수 있나요."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평가를 물을 때면 모두가 시장원리 대신 정치를 거론했다. 빨리 선거가 끝나기만을 바란다는 푸념과 함께였다. 요란했던 국회의원 총선거 시즌, 금융권도 남모를 홍역을 치렀다. 선거가 끝나고 얘기하자던 금융인들의 후일담이다.

연말연초 은행권을 휩쓸고 간 최대 화두는 상생 금융이었다. 이름은 추상적이었지만 실상 요구는 구체적이었다. 고금리로 인해 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은행이 스스로 나서 이자를 깎아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쉽게 말해 소비자들이 힘드니 기업이 알아서 물건 값을 내리면 안 되겠냐는 으름장이었다.

끝내 은행들은 하나 둘 대출 이자 감면에 나섰다. 국민을 앞세운 명분에 경영의 논리는 희석됐다. 다만 금융권의 진짜 속사정은 사뭇 달랐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에 반기를 들 수 없다는 부담이 컸다.

다음 타깃은 생명보험사였다. 은행이 솔선수범했으니 보험업계도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생보사들은 말 그대로 아이디어를 쥐어 짜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청년을 위한다는 저축보험 상품이 탄생했다. 주객이 전도된 탓이었을까. 반응은 시큰둥했다. 목돈을 만들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라는 전략은 젊은이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생보업계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한 건 해냈다는 안도의 분위기가 읽혔다.

손해보험사들을 향한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했다. 손보업계도 이미 숱하게 쌓인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소비자물가와 밀접한 자동차보험이 대상이었다. 손보사들은 일찌감치 연초부터 자동차보험료를 줄줄이 내렸고, 비교적 여유롭게 총선판을 관전할 수 있었다.

이런 와중 터져 나온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는 총선과 맞물려 금융권을 강타했다. 상생 금융 대안을 내놓은 이후 숨을 돌리고 있던 은행들이 다시 소환됐다.

어떻게든 선거 전까지 소비자 민원을 누그러뜨리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홍콩 H지수 ELS에 대한 조사 결과와 배상이 굳이 왜 총선 전에 이뤄져야 하는 지에 대한 물음은 누구도 입밖에 내지 못했다.

급하게 만들어진 배상안은 모두에게 불만을 낳았다. 불완전판매의 잘잘못을 제대로 따질 시간적 여력도 없이, 웬만하면 알아서 손실을 배상해주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은행은 억울함이 가득하다. 반대로 투자자들은 100% 보상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며 외나무다리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부터 경제팀에 시장주의자들을 전면 배치하며 나름의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도 내심 기대감이 일었다. 하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결국 다를 바 없다는 실망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괜히 몸을 사려야 하는 금융권의 자기검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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