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the Moonlight

Under the Moonlight

아레나 2024-04-26 09:00:51 신고

빌딩 불빛만이 거리를 비추는 서울 한복판에서 가수 문수진을 만났다. 그는 재능보다 노력의 힘을 믿었다.

원피스 그레이스 엘우드, 귀고리 페그렉 제품.
화보 촬영이 있는 날이면 기분이 조금은 남다를 것 같아요. 오늘은 어떤 노래 들으셨어요?
아침에 샤워하면서 이사야 폴스의 ‘Florida baby’ 들었어요. 5월 목표로 한창 새 앨범 작업 중이거든요. 앨범 만들 때면 제가 완성하고 싶은 분위기에 맞춰서 플레이리스트를 짜요. 그걸 들으면서 곡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어제 헬스장에 갔더니 ‘Never Let Me Go’가 나오더라고요. 공공장소에서 본인 노래가 나오면 기분이 어떠세요?
신기해요.(웃음) 가끔 다니다 보면 제 노래 들릴 때가 있거든요.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해요. 대부분 화장도 안 한 상태라 알아보시는 분들도 거의 없지만요.

지난 3월에 EP 앨범 <BLESSED>를 발표하셨죠. 스스로 이번 앨범을 한 줄 소개한다면요?
내가 듣고 싶고 부르고 싶은 음악. 처음부터 이걸 목표로 앨범을 만들었어요. 앨범 전체가 하나의 플레이리스트처럼 느껴졌으면 했거든요. 앨범에 수록된 8곡의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요. 우리가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담다 보면 다양한 장르가 쌓이잖아요. 그런 느낌이 나길 원했어요.

만일 문수진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딱 한 곡만 골라서 이번 앨범을 소개한다면 어떤 곡을 들려주겠어요?
마지막에 수록된 곡 ‘Starry Night’가 있어요. 앞서 말씀드렸던 ‘내가 듣고 싶고 부르고 싶은 음악’에 가장 잘 부합하는 곡이에요. 하모니나 멜로디도 그냥 길 걸으면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느낌이고요. 가사도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쓴 곡이에요. 제가 원래 노래를 들을 때나 만들 때 가사에 집중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Starry Night’에는 그간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담아봤어요.

<BLESSED>의 모든 곡을 작곡, 작사하셨죠. 앨범을 준비하면서 특히 어렵거나 신경 쓴 부분이 있었나요?
방금 말씀드렸던 작사죠. 이전에 제가 쓴 가사는 정말 일반적인 이야기였어요. 너무 심각하지 않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 제 감정의 100%는 아니더라도, 제가 겪었던 상황이나 경험을 좀 더 직접적으로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이 그만큼 더 쌓였기 때문일까요?
맞아요. 공연을 위한 부분도 있어요. 문득 무대 위에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사에 집중할 포인트가 없으니 그에 맞는 태도를 취하기도 어렵다. 저 스스로 몰입도가 떨어지는 거죠. 내 이야기가 아닌, 그저 보편적인 이야기였으니까요. 무대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면서, 가사를 쓰는 방법도 바뀌어야 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활동명을 MOON에서 문수진으로 바꾸셨죠. MOON과 문수진은 어떤 점이 같고 다릅니까?
사실 달라진 건 없어요. 이름을 바꾼 이유도 제 안에 어떤 변화가 있어서는 아니거든요. 제 팬 중에 50%가 해외 팬이에요. ‘MOON’만 입력했을 때 검색이 너무 안 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거든요. 제가 달보다 유명하지도, 유명해질 수도 없잖아요.(웃음) 그래서 활동명을 원래 제 이름인 문수진으로 바꿨죠.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2018년에 싱글 ‘MILLION’으로 데뷔하셨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때 당연히 교포 출신 가수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는 분당 출신이어서 신기했고요.
외국 살다 왔냐는 질문을 평생 들어왔어요. 심지어 초등학생 때부터요. 제가 말할 때 억양이 조금 독특한가 봐요. 학교 다닐 때도 선생님들께서 ‘지방에서 왔니?’ ‘해외에서 살다 왔니?’ 물어보셨거든요. 외모보다 억양 때문이었죠. 데뷔 후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스타일 때문에 교포 출신이냐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어요. 정말 어딜 가든 듣는 말이에요.

교포처럼 보이는 게 음악할 때 플러스 요인이 되기도 하나요?
제가 하는 장르 안에서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R&B 기반의 음악을 하고 있잖아요. 영어로 가사를 쓰거나, 흔히 말하는 외국 스타일로 옷을 입었을 때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교포처럼 보여야지’ 하면서 시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점이 됐죠.
 
“무대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면서, 가사를 쓰는 방법도 바뀌어야 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데님 드레스 모스키노, 귀고리 페그렉 제품.
뮤지션에게는 패션도 음악을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옷을 잘 입는 건 뮤지션에게 얼마나 중요한가요?
무척 중요하죠.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지금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뮤지션들만 봐도 알 수 있어요. 평소에 보이는 패션도 아티스트에 대한 인상을 완성하니까요. 저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아티스트 문수진에게는 중요하죠. 그래서 평소에 뮤지션 SNS 계정보다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포토그래퍼, 비디오그래퍼 계정을 훨씬 더 많이 찾아봐요. 뮤지션 문수진을 완성하는 분들이니까요. 그분들이 하는 일은 제가 못하는 거고요. 물론 그 모든 것도 음악이 받쳐줘야 의미 있겠지만요.

노래는 어떻게 하면 잘 부를 수 있습니까?
외국어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잘 들을 줄 알아야 됩니다. 저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말 오랫동안 생각해봤는데 그것밖에 답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잘 듣고 잘 따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게 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스타일을 찾을 수 있겠죠.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능을 굉장히 잘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공부로 장래를 이어갈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저는 유치원생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아무도 몰랐지만요. 가수가 되고 싶긴 한데,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건 절대 못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 건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할 수 있는 건 공부밖에 없으니 일단 공부라도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학교를 다녔어요. 학교 다닐 때 장래 희망 쓰잖아요. 그때도 속으로는 가수를 꿈꾸면서 늘 다른 직업을 썼어요.

어떤 직업이었나요?
초등학생 때는 그 나이 때 친구들이 많이 쓰는 직업 썼어요. 화가, 발레리나, 피아니스트, 스튜어디스. 고등학생 때는 ‘문화 경영인’이라고 썼어요.(웃음) 가수는 못 될 것 같은데 음악은 좋으니까 어떻게든 관련 일을 하고 싶었어요. SM 이수만, YG 양현석, JYP 박진영 선생님 같은 분들이 계셨으니까, 어쩌면 나도 저런 직업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가수가 됐죠. 좋은 뮤지션은 어떤 뮤지션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리아나거든요. 리아나 음악을 듣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건 이 사람만 할 수 있는 음악이다. 아무리 좋은 커버곡을 내도 이건 못 이기겠구나. 자기 색깔이 확고한 뮤지션. 얼굴만 떠올려도 그 사람 음악이 들리는 듯한 뮤지션. 그리고 계속 도전하는 뮤지션이 멋있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리아나는 이제 음악보다 사업에 더 힘을 쏟고 있잖아요. 그것도 일종의 도전일 테고요.
맞아요. 리아나는 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에요. 그게 음악이 먼저일 수도, 사업이 먼저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게 멋있어요. 저는 아직 한 번도 1등 가수가 돼본 적은 없지만, 리아나처럼 1등을 질리도록 많이 했으면 미친 짓도 한번 해볼 것 같아요. 그 형태가 무엇이든 간에 언제나 보여주고 싶은 게 있고, 그걸 실행하는 아티스트들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믿고 듣는 뮤지션. 앨범이 나오면 일단 한 번 클릭해보게 되는 뮤지션. 요즘처럼 볼 것도 들을 것도 넘쳐나는 시대에 한 번이라도 그 사람 이름을 검색하고 눌러본다는 건 큰 의미가 있잖아요. 매번 기대되지는 않더라도 늘 궁금해지는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어요.
원피스·부츠 모두 아크네 스튜디오, 귀고리 페그렉, 목걸이 미치룸 제품.

문수진의 인생 노래 5

앨리샤 키스, ‘If I Ain’t Got You’
제가 초등학생 때 오빠가 쓰던 MP3 뺏어서 처음 들었던 곡이에요.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국내 아이돌 노래만 듣던 저한테는 ‘이게 무슨 노래지?’ 충격을 줬던 곡입니다.

마이클 잭슨, ‘Rock With You’
너무나도 유명한 <Off the Wall> 앨범에 수록된 곡. 들으면 항상 기분이 좋아져요. 순수한 감정이 멜로디에서도 잘 느껴지고요. 무엇보다 노래를 너무 잘해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잘하죠.

리아나 ‘Work’
리아나의 모든 앨범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앨범인 <Anti>를 가장 좋아해요. 사실 노래 자체는 굉장히 미니멀하잖아요. 그럼에도 엄청난 히트를 쳤고요. 리아나 실력이 최정점에 달했을 때 나온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GD & TOP, ‘뻑이가요’
벌써 14년이나 된 곡이네요. 당시에는 ‘유명한 사람들이 낸 유명한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들어보면 사운드와 비주얼이 여전히 세련됐어요. 커리어를 시작하고 보니 새삼 GD가 얼마나 대단한 아티스트인지 한 번 더 깨닫게 돼요.

보아, ‘My Name’
제 머릿속에 가장 처음으로 기억된 여자 아이돌 가수 노래예요. 보아 선배님이 배꼽 피어싱 하고 무대에 선 바로 그 노래. 초등학생 때 맨날 TV 앞에 앉아서 ‘이런 가수가 있어?’ 감탄하면서 무대 보던 게 생각나요.
그레이 재킷 YCH, 스타킹 마크공, 귀고리 스와로브스키 제품.

2024년 04월호

Feature Editor : 주현욱 | Guest Editor : 유지원 | Photography : 김혁 | Stylist : 서민우 | Hair : 신도영 | Make-up : 한아름(오버마스) | Car : 벤틀리모터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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