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퇴보"…'미투 촉발' 와인스틴 유죄 뒤집은 뉴욕 대법

"불행한 퇴보"…'미투 촉발' 와인스틴 유죄 뒤집은 뉴욕 대법

프레시안 2024-04-26 19:57: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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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등 헐리우드 영상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수십 년간 다수의 성폭력을 저질러 전세계적 성폭력 폭로 연대 행동인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시킨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유죄 판결을 2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주 대법원이 뒤집었다.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을 보면 이날 뉴욕 대법원은 2020년 와인스틴이 유죄 판결을 받은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재판에서 기소된 혐의와 별개인 과거 성폭력 관련 증언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당시 판결을 뒤집고 "이 심각한 오류에 대한 해결책으로 새 재판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2020년 해당 재판에서 와인스틴은 2006년 제작 보조원에 대한 성폭력 및 2013년 배우 지망생에 대한 강간 혐의로 징역 23년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2020년 재판에서 검사는 와인스틴이 기소된 혐의 외에도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젊은 여성들을 호텔로 불러 성폭행했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 이 여성들을 추가 증인으로 내세웠다. 와인스틴 쪽은 이를 빌미로 해당 재판에서 기소된 혐의가 아닌 다른 성폭력 관련 "검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인해 유죄가 선고됐다고 주장해 왔다. 2022년 뉴욕 항소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1심 판결을 유지한 바 있다.

법관들이 4대 3으로 첨예하게 의견이 갈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반대 의견을 낸 판사들은 다수 의견이 추가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입증된 와인스틴의 강압 및 조종 행동 패턴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반대 의견을 낸 매들린 싱가스 판사는 "성폭력 관련 사건에서 배심원들의 유죄 평결을 뒤집는 불안한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성폭력 사건에서 이러한 증인을 활용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여성, 특히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에 속하는 여성들에 대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한 상습적 성적 착취를 자행하는 남성들이 오늘 판결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반대 의견을 낸 앤서니 칸나타로 판사도 이번 판결은 "불행한 퇴보"라며 추가 증인들이 성폭력이 "어두운 골목에서 피해자를 고립시키거나 혼자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폭력적 공격을 가하는 낯선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는 전형적이고 만연한 관념을 뒤집는 데 도움을 줬다고 지적했다.

생존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2017년 와인스틴의 성폭력을 처음으로 폭로한 여성 중 하나인 배우 애슐리 주드는 이날 다른 생존자 및 활동가들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이 "생존자들에게 부당하다"며 "우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투 운동 창설자 타라나 버크는 이번 판결이 "(미투) 운동이 필요한 이유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했다.

이번 판결이 문제시한 추가 증인 중 하나인 던 더닝은 성명을 통해 증언을 후회하지 않으며 "나와 다른 와인스틴 (성폭력) 생존자들이 그에게 공개적으로 맞섰기 때문에 다른 여성들도 힘과 용기를 얻었다는 것을 안다. 문화가 바뀌었고 이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생존자 및 활동가들은 맨해튼지방검사장 앨빈 브래그에게 와인스틴 사건을 다시 진행하도록 촉구했다. 브래그 검사장은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이 사건을 재진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성폭력 생존자들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번 판결이 "미국 권력자들의 성폭력에 대한 고통스러운 심판의 장을 다시 열었다"며 와인스틴 성폭력 폭로자들이 "증인석에서 그들의 트라우마를 다시 체험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판결이 기소된 혐의 외 증언을 인정한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을 뿐 "와인스틴에 제기된 혐의의 신뢰성을 깎아내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와인스틴은 여성 배우에 대한 또다른 강간 혐의로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법원에서도 16년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에 이번 판결로 수감 생활이 끝나진 않을 예정이다.

다만 이번 판결이 캘리포니아에서의 항소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가디언>을 보면 와인스틴 쪽 변호사 아서 아이달라는 "공정한 재판이 아니었던" 뉴욕 유죄 판결로 "캘리포니아에서 그(와인스틴)의 무죄 추정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와인스틴 변호사 마크 웍스먼은 캘리포니아 재판에서도 뉴욕 재판과 유사한 추가 증언이 있었다며 "뉴욕 판결이 뒤집힌 것과 같은 이유로 이곳 판결도 뒤집혀야 한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말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성범죄 검사를 지낸 드미트리 고린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캘리포니아 법이 범죄 행위 패턴이나 범죄 성향을 증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소된 혐의 외 피해자들이 성범죄 재판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와인스틴 쪽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다.

<가디언>은 로스앤젤레스 지방검사실도 성명을 통해 뉴욕과는 달리 캘리포니아 법은 "판사 재량에 따라 성폭력 사건에 대한 (범죄) 성향 증거"를 허용한다며 항소심에서의 유죄를 확신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2022년 10월4일 전 헐리우드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법정 출두 당시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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