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장품 용기 누가 만들었을까?

이 화장품 용기 누가 만들었을까?

바자 2024-05-01 08:00:00 신고

1 펌프의 편리성을 고려해 곡선으로 디자인한 아모스프로페셔널의 최종 디자인 스케치. 2 용기 결합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디테일의 완성도를 높인 아이오페 ‘에어쿠션’의 내부 구성 드로잉. 3 달걀을 기하학적 도형으로 구현한 프레시안 ‘에그라이크 파운데이션’.

용기 디자인부터 브랜딩까지
김지윤(김지윤스튜디오 디렉터)


하퍼스 바자 김지윤스튜디오를 소개해주세요.
김지윤 전자기기, 가구, 화장품 용기 등을 디자인하는 팀입니다. ‘디자이너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선수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팀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요? 디자이너가 아니면 포착하지 못하는 디테일을 잡아낼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 저희의 장점이죠. 그런 과정에서 팀원끼리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해요. 그만큼 열정적이라는 거니까요.
하퍼스 바자 일반 기업에서 디자인을 담당하다가 독립한 계기가 있나요?
김지윤 휴대폰 제조 회사에서 제품 디자인을 담당했고 이후에는 광고대행사에서 ‘제품 서비스 & 브랜드 컨설팅’ 파트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도 외주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곤 했는데 협업을 원하는 브랜드가 늘어 2018년 여름, 독립했습니다.
하퍼스 바자 화장품 용기는 기존에 작업하던 전자기기나 가구 디자인과 접근 방식이 다르지 않나요?
김지윤 오브젝트를 다룬다는 관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비슷해요. 화장품과 전자기기 모두 플라스틱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유사한 부분이 많고요.
하퍼스 바자 가장 처음 작업한 뷰티 제품은 무엇인가요?
김지윤 전자기기 디자인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아모레퍼시픽에서 칫솔 디자인 의뢰가 들어왔어요. 그걸 계기로 아이오페 ‘에어쿠션’까지 인연이 이어졌죠. ‘에어쿠션’ 5세대가 데뷔작이 되겠네요.
하퍼스 바자 최근 작업물을 보면 화장품이 월등히 많아요.
김지윤 전자기기는 출시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디자인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적어요. 하지만 화장품은 신제품 계획을 확정 짓고 디자인 스튜디오와 작업하기 때문에 협업한 거의 모든 제품이 공개되죠. 포트폴리오에는 출시된 결과물만 넣으니 결과적으로 화장품 용기 디자인이 많아 보이는 거죠.
하퍼스 바자 섭외 메일을 주고받을 때 아모스프로페셔널과의 작업이 특별했다고 강조했어요.
김지윤 산업디자인 스튜디오는 일반적으로 용기 디자인만 의뢰 받는 경우가 많은데 아모스프로페셔널은 브랜드 리빌딩 단계부터 함께 했어요. 1백80여 개의 제품에 로고, 심벌, 쇼핑백까지 전부 작업했죠.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런 스토리가 잘 표현됐고 작업 시간도 길었어요. 디자인 어워드에 큰 의미를 두진 않지만 상도 많이 받았죠. 무엇보다 저희 팀이 제품 용기 디자인을 넘어 브랜딩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발판이 되었어요.
하퍼스 바자 개인적으로는 독특한 형태의 프레시안 ‘에그라이크 파운데이션’이 눈에 띄었어요. 김지윤스튜디오를 인터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제품이기도 하고요.
김지윤 비건과 깐 달걀이라는 콘셉트가 정해져 있었고 그 안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고민해야 했죠. 기하학적인 도형을 조합하고 베이지와 화이트 컬러를 입혀 달걀이 연상되게 만들었어요. 제형의 특징이 잘 드러나도록 표면은 매트와 글로로 상반되게 표현했고요.
하퍼스 바자 최근 독특한 모양의 화장품 패키지가 많아지고 있어요.
김지윤 인디 브랜드가 증가하면서 눈에 띌 수 있는 용기 디자인이 중요해졌어요. 개성을 따지는 어린 친구들의 취향도 만족시킬 수 있고요.
하퍼스 바자 독창성과 상업성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두나요?
김지윤 상업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독창적인 디자인에도 소홀 할 수 없기에 세련되게 표현되도록 많이 고민합니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거나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지지 않도록 조심하고요.
하퍼스 바자 그럼에도 브랜드와 의견이 대립할 때는 어떻게 해결 하나요?
김지윤 감사하게도 저희가 제안하는 디자인에 동의하는 편이었어요. 가끔 의견이 다를 땐 저희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설득하죠. 저는 디자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품의 타깃을 구체화하고 필요한 재료, 브랜드 스토리, 변화할 방향 등을 종합하면 최적의 답이 나오거든요. 그 답을 바탕으로 브랜드와 소통해요.
하퍼스 바자 정말 모든 디자인에 답이 있나요?
김지윤 물론 전부는 아니에요. 그럴 때는 저희의 눈을 기준으로 삼아요.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것은 디테일을 찾는 집요함이에요. 좋은 디자이너는 작은 차이를 찾아내는 능력이 쌓여 삶의 방식과 태도가 달라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거 괜찮은데?’ ‘느낌이 좋은데?’ 이런 모호함으로 답을 찾는 건 피하죠.
하퍼스 바자 좋은 디자인을 정의한다면?
김지윤 설명이 필요 없는 디자인. 화장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물건은 가진 것만으로도 마음을 벅차오르게 해요. 그런 디자인을 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그래서 디자인을 할 때마다 ‘마스터피스를 만들겠어’라는 생각으로 접근합니다.

1 태양에서 영감 받은 테 선크림의 3D 프린트 샘플. 2 수축이 잘 되는 재활용 소재를 역으로 찌그러트려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시타 핸드크림의 아이디어 스케치. 3 손에 쥐었을 때 편하도록 사선을 활용하고 원형 뚜껑을 더한 힌스 ‘세컨 스킨 파운데이션’.

비정형적인 도형으로 아름다움을 만드는
허우석(스튜디오 에이치오유 디렉터)

하퍼스 바자 스튜디오 에이치오유를 소개해주세요.
허우석 홀리스틱 언더스탠딩(Holistic Understanding)의 줄임말로 디자인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담겠다는 의미에요. 혼자 운영하던 초반에는 그래픽, 웹, 브랜딩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작업했는데 팀을 꾸리고 나서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화장품 용기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있죠.
하퍼스 바자 스튜디오 에이치오유처럼 화장품 용기만을 전문으로 디자인하는 팀이 또 있나요?
허우석 국내에는 없을 거예요. 사실 처음에는 다른 분야의 일이 안 들어올까봐 뷰티 전문 스튜디오라고 말하는 것을 꺼렸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뷰티는 쉽게 없어질 분야가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화장품 용기 디자인에서 독보적인 스튜디오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이후에는 팝업이나 공간 브랜딩까지 전반적인 분야를 다루는 팀으로 영역을 넓히고 싶어요.
하퍼스 바자 왜 하필 화장품이었나요?
허우석 학생 때는 에어컨이나 자동차를 잘 만들어야 성공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입사했는데 전기 회로가 들어가니 디자인이 어렵더라고요. 아이디어보다 ‘이거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때 전자제품은 저랑 안 맞는다는 걸 깨달았죠. 이후 신발 브랜드에서 잠깐 일하며 패션 디자인에 재미를 느꼈고 패션과 비슷한 뷰티에도 관심을 갖다가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했어요.
하퍼스 바자 그러다 독립을 결심한 계기는요?
허우석 인하우스 디자인의 장점은 집중하기 좋은 환경에 있다는 거예요. 일이 진행되는 속도도 훨씬 더디죠. 헤라 소속으로 스킨케어, 메이크업 등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했어요. 하지만 3년 정도 지나니 이대로는 외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양한 브랜드와 작업하고 싶었고요. 오랜 고민 끝에 독립했는데 나오자마자 힌스의 첫 프로젝트를 맡게 됐어요.
하퍼스 바자 힌스와 작업하게 된 계기는요?
허우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아는 사이라 소개받았어요. 당시 힌스 팀은 대표, 마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3명이었거든요. 실험적인 디자인을 많이 제안했고 대표님이 굉장히 좋아해주셨어요. 하지만 독특한 모양의 제품을 가진 브랜드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죠. 저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오랜 기간 설득했고 결과는 성공이었어요.
하퍼스 바자 힌스가 스튜디오 에이치오유의 대표작인 셈이네요.
허우석 ‘무드인헨서 립스틱’이 출시한 이후 국제공모전에서 상을 받고 매체와 인터뷰도 많이 했어요. ‘세컨 스킨 파운데이션’은 저희의 대표작이자 가장 좋아하는 제품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위트가 잘 녹아 있거든요.
하퍼스 바자 어떻게 만들었나요?
허우석 제 장점이 도형을 조형으로 잘 구현하는 것이에요. 가장 먼저 시도한 건 비례를 깨는 작업이었어요. 제품 모양만으로 어떤 화장품인지 아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죠. 그래서 낮은 비례를 쓰고 ‘무드인헨서 립스틱’에 사용했던 곡선을 돌려 원형 뚜껑을 만들었어요. 장식적인 것도 있지만 열기 쉽도록 기능적인 면도 고려했어요. 사선 형태 역시 손에 쥐었을 때 편안함을 의도한 것입니다.
하퍼스 바자 디자인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허우석 화장품 용기에 국한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팀원들에게도 항상 립스틱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긴 형태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라고 얘기합니다. 제가 전자제품 디자인을 포기했던 이유였거든요. 내부에 뭔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 생각이 안 나요. 그래서 형태적인 부분보다는 개념적으로 접근하려고 해요.
하퍼스 바자 아무리 독창적인 디자인이라고 해도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죠. 어느 쪽에 우선을 두나요?
허우석 상업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화장품이 연습생이고 저희가 작곡가라고 생각하면 무조건 톱 100 안에 들어야 하죠. 그래서 어떤 모양일 때 화제가 되고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을지 계속 고민합니다. 하지만 자극적이고 불필요한 디자인은 지양해요. 호기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선을 지키죠.
하퍼스 바자 힌스, 테, 시타 등 인디 브랜드와 협업이 많아요. 의도한 건가요?
허우석 초반에는 그랬어요. 힌스와 일해보니 소통이 너무 편했거든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주말에도 대표님께 전화를 걸 수 있으니까요. 또 다른 장점은 창의성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는 거죠. 대형기업은 반 발자국 정도 변화를 꾀하면서 과감하다고 한다면 인디 브랜드는 훨씬 도전적이거든요.
하퍼스 바자 요즘 눈여겨보는 브랜드가 있나요?
허우석 글로시에나 로드 같은 글로벌 뷰티 브랜드와 작업해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언어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팀이 더 탄탄해져야 하죠. 국내에서는 탬버린즈요. 제품력, 비주얼, 매장의 컨셉과 공간, 시각 연출까지 얄미울 정도로 모든 것을 잘해요.
하퍼스 바자 화장품 용기 디자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허우석 사용하는 사람을 예측하고 출시됐을 때 반응을 빠르게 알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디자인이 상대적으로 쉬워 수학 문제 풀듯이 고민하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지인들이 제가 작업한 것을 쉽게 접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하퍼스 바자 디자인한 제품 중 메이크업이 많아 정작 본인은 사용하지 못하죠. 용기의 불편함을 파악해야 할 때는 어떻게 하죠?
허우석 매번 사용하지 못한다는 건 아쉽죠. 하지만 남성이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용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패션도 그렇잖아요. 보통은 여성 팀원이 사용하고 지인에게도 전달해 제품에 대한 인터뷰를 최대한 많이 합니다. 그리고 매주 시장조사를 해요. 백화점과 드러그스토어를 수시로 방문하죠. 공부만이 답인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한국의 인디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요. 화장품 용기를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사명감을 느끼나요?
허우석 그럼요. 해외 브랜드에서 디자인 의뢰도 많이 들어오는데 아직은 좀 조심스러워요. 10주년이 되기 전에는 해외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딱 4년 남았네요.
하퍼스 바자 좋은 디자인을 정의한다면?
허우석 디자인을 넘어 좋은 화장품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해봤어요. 브랜드 이미지, 비주얼, 제형, 모델, 마케팅 등 모든 것이 잘 이루어졌을 때 디자인도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랫동안 리뉴얼되지 않고 사랑받는 제품 아닐까요?

1 단단한 튜브 형태로 의외성을 준 무지개맨션 ‘오브제 리퀴드’. 2 부서진 대리석 디테일이 독특한 아르떼 신사 ‘듀이핏 틴트’. 3 종이를 사용한 차세대 패키지 디자인 스케치.

세상에 없던 오브제를 창조하는
박현진(오프오브 디렉터)

하퍼스 바자 오프오브를 소개해주세요.
박현진 팀 이름은 덜어낼 것이 없을 때까지 계속 뺀다는 의미예요. 일본에서 디자인을 배울 당시 무지나 발뮤다 같은 미니멀한 스타일에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10년 전 전자기기와 가전을 디자인하던 사람들과 함께 퇴사해 설립했어요.
하퍼스 바자 어쩌다 다 같이 퇴사하게 됐죠?
박현진 속된 말로 디자인 돌려막기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죠. A 프로젝트에서 떨어진 시안을 B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고 우리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해보기로 했어요.
하퍼스 바자 화장품 용기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박현진 화장품 디자인은 경력이 3년밖에 안 됐어요. 무지개맨션이 첫 작업이죠. 저희의 전자기기 포트폴리오를 보고 찾아왔다는 말에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화장품 용기 디자인은 경험이 전혀 없다고 솔직히 말했는데도 괜찮다고 하셨죠.
하퍼스 바자 첫 작업이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박현진 시장에 유통되는 틴트를 종류별로 가져와서 어떠냐고 묻더라고요. 모양이 다 원기둥 아니면 사각기둥 형태라 “저희가 디자인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밖에 못했을까요?”라고 대답했어요. 그게 임팩트가 컸대요.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은 자신 있었어요. 하지만 화장품 용기 디자인은 처음이라 쉽지 않았죠.
하퍼스 바자 전자기기와 화장품 용기 디자인의 차이점이라면요?
박현진 전자기기는 0.01mm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작업이 많았어요. 노트북은 회로 기판이 굉장히 치밀하게 짜여져 있고 박스 형태의 기본 틀이 있잖아요. 그런데 화장품은 삼각형이든 별 모양이든 상관없죠. 봉인되어 있던 디자인 역량을 풀어낼 수 있으니까 흥미로워요. 저희 스튜디오 작업의 대부분은 뷰티예요. 전자기기 의뢰를 받을 수 없을 정도죠.
하퍼스 바자 화장품 용기만 디자인한다는 팀원들의 불만은 없나요?
박현진 당연히 있죠. 하지만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일정 부분은 포기할 수 밖에 없잖아요. 지금은 화장품 용기 디자인이 재미있지만 전자기기에 갈증을 느끼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퍼스 바자 무지개맨션의 ‘오브제 리퀴드’가 대표작이죠. 물감 형태는 어떻게 생각한 건가요?
박현진 대중적인 디자인부터 창의적인 디자인까지 콘셉트가 다른 시안을 약 20가지 정도 만들었어요. ‘오브제 리퀴드’는 대중성과 창의성이 모두 고려된 중간 지점의 시안이었죠. 지금은 물감이라고 하지만 원래는 튜브에서 모티프를 따온 거예요.
하퍼스 바자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해요.
박현진 디자인 콘셉트는 의외성이었어요. 대중이 디자인을 보는 눈이 높아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양만으로 차별성을 주기는 어려웠죠. 그래서 익숙한 튜브 형태에 딱딱한 느낌을 더했어요. 그 다음 컬러가 보이는 투명한 소재를 선택했고요. 처음엔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였어요. 그런데 샘플 테스트에서 뚜껑 체결 부분의 문제점을 발견했어요. 쉽게 부러지고 단가도 높아서 플라스틱으로 변경했죠. 모든 과정이 난관이었지만 덕분에 많이 배우고 맷집도 생겼어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지금 작업하는 것 중에도 재미있는 디자인이 많아요. 6개월 뒤에 만났다면 차세대 K뷰티 제품을 공개할 수 있는데 아쉽네요.
하퍼스 바자 ‘오브제 리퀴드’를 뛰어넘는 디자인을 기대해도 될까요?
박현진 다음 세대의 디자인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소재의 차별성이라고 결론 내렸어요. 2025년부터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제재가 심해질 거예요. 소재부터 지금까지는 다른 제품을 구상 중입니다.
하퍼스 바자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박현진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 다”고 답해요. 영감을 받기 위해 여행을 떠나거나 전시를 보는 것보다 효율적이에요. 밖에 나가서 장소를 이동하고 영감을 얻기까지의 시간과 비교하면 훨씬 빠르거든요.
하퍼스 바자 상업성은 얼마나 고려하나요? 사실 처음 무지개맨션 ‘오브제 리퀴드’를 봤을 때 ‘저걸 불편해서 누가 써?’라고 생각했거든요.
박현진 처음부터 유니크한 걸 원하는 브랜드가 작업을 의뢰해요. 오히려 저희가 이 디자인은 구현이 어렵고 출시됐을 때 호불호가 갈릴거라고 설득하는 편이죠. 대부분 상업성이 떨어지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는 반응입니다. 최근 대리석 모티프로 작업한 아르테 신사도 해외에서 인기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불편하지만 독창적인 디자인과 편하지만 평범한 디자인 중 고른다면요?
박현진 편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지향했기 때문에 요즘은 일하면서 약간의 죄책감을 느껴요. ‘편하게 만들었을 때 임팩트를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그러면 결국 독창적인 디자인 쪽으로 기울더라고요. 특히 화장품 용기는 눈에 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퍼스 바자 젊은 세대는 왜 독특한 모양의 패키지에 환호할까요?
박현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허들이 낮은 것 같아요. 좀 불편하더라도 모양이 예쁜 걸 좋아하고요. 무지개맨션을 작업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는데 사이트 가오픈을 하자마자 제품이 거의 다 판매되는 것을 보고 느꼈죠.
하퍼스 바자 눈여겨보거나 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가 있나요?
박현진 시미 헤이즈랑 로드요. 특히 로드의 립 케이스가 마음에 들어요. 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에 종종 DM을 보내요. “너희 화장품 잘 보고 있어. 우리가 만든 디자인 한번 볼래?”라고. 그렇게 답장이 온 곳 중 협업을 시작한 브랜드도 몇 개 있어요.
하퍼스 바자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박현진 한 번 봤을 때 잊혀지지 않는 디자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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