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사투리 유행, 긍정적 역할 크지만..왜곡된 표현 경계"
사투리는 드라마의 인기를 좌우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다. 지난해 공개된 쿠팡플레이 ‘소년시대’는 1980년대 충청남도 부여를 배경으로 배우들이 완벽한 사투리 연기를 펼쳐 보이면서 큰 호평을 얻어냈고, 반대로 최근 방영된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어색한 부산 사투리로 굴욕적인 ‘짤’을 생성해 현재까지도 비아냥을 받고 있다.
사실 최근 유튜브에서 가장 큰 파급력을 자랑하는 사투리 채널은 ‘하말넘많’이다. 강민지씨는 미디어 속 사투리를 바로잡겠다며 ‘경상도 사투리 강의’ 콘텐츠를 올렸다. 대구경북 출신인 강씨는 영상 미디어에서 어설프게 재현되는 사투리를 시원하게 꼬집었다. 미디어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생각하면, 사투리를 제대로 다루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때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조폭들이 사투리를 즐겨 사용하면서 ‘사투리=거친 언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경북대학교 한국어문화원 연구원은 “최근 유행하는 미디어 사투리를 살펴보면 실제로 그 지역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거나, 심지어는 그 지역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어색한 표현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 지역 사람들은 미디어 사투리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흔히 기성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경상도 여성의 “오빠야”라는 일종의 애교 표현이 대표적인 예시다. ‘하말넘많’의 유튜버 강민지는 경상도 말은 일반적으로 무뚝뚝한 뉘앙스의 언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경상도 여성의 “오빠야”라는 애교는 실제 생활에선 찾아보기 힘들며, 오히려 건조한 어투의 “오빠”라는 단정적인 언어가 통용된다고 말한다.
또한 ‘경상도 남성은 거칠다’는 편견 역시 기성 미디어를 통해 자리 잡기도 한다. 영화 ‘친구’와 ‘범죄와의 전쟁’에서 경상도 남성의 언어는 매우 거칠고 투박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경상도 지역의 남성이 쓰는 말과는 거리가 먼, 이른바 각색된 ‘건달의 언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재미를 위해 미디어에서 재현된 사투리가 때로는 우리 사회 존재하는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지배적 관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소비될 수 있으며 이러한 관념이 해당 지역의 특징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 연구원은 “미디어 사투리는 사투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많다. 한두 세대 전까지만 해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교양 없고 촌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편견이 사그라들고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재미있고 정겨운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각종 미디어에서 사투리를 활용한 여러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사투리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미디어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투리와 그 지역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는 왜곡된 표현을 담고 있는 콘텐츠가 유행할 위험성이 있으니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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