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한다면 끝도 없이 귀여운 고양이와 개 사진을 볼 수 있다. SNS에서 간단히 검색하는 것만으로. 하지만 집사들이라면 안다. 그렇듯 아름다운 존재도 생로병사의 한가운데에 있는 존재라는 걸. 기생충에 감염됐는지 고통스럽게 몸을 긁는 반려견, 늘 날렵하게 뛰어오르던 침대 위로 더 이상 점프하지 못하는 나이 든 고양이. 노화로 인해 조금씩 흰 빛을 띠어가는 강아지의 눈동자 등등… 갑작스러운 증상부터,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까지. 반려동물은 예뻐만 하는 대상이 아니다. 서로 돌보고, 보호자가 공부해야 성립되는 관계다.
지식과 인프라는 강자를 중심으로 배치된다고 했던가. 하지만 인간이 아닌 반려동물의 몸과 병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은 많지 않다. 많은 보호자들이 작은 증상을 발견하고 인터넷에 검색해, 불안 속에서 다른 동물들의 사례와 견준다. 그러다 동물병원에 가는 것이 보통의 수순일 것이다.
지난 4월 15일 출간된 '개와 고양이 의학사전'은 이러한 보호자들의 불안을 조금은 잠재워줄 책이다. 일본에서만 3만 5천 부 팔린 이 책은, 개와 고양이에 관한 의학 지식을 무려 704 페이지에 걸쳐 사진과 텍스트로 펼쳐낸다. 독자층도 다양하게 아우른다. 초보 집사들을 위한 기본 지식부터, 아픈 동물과 살아가는 보호자들이 주목할 병에 대한 탐구까지 단단하게 담겼다.
"개나 고양이의 골격 구조도 기본적인 부분에서는 사람과 같지만, 뼈의 개수는 사람이 200개 정도 되는 데 비해 개는 약 320개, 고양이는 약 240개다. 이것은 네발로 걷고, 동체가 길어 척추뼈가 많으며, 더욱이 사람과 달리 꼬리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p.19)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됐다. 가장 실용적인 것은 '병이 의심되는 전조 증상’을 담은 3장일 것이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의 몸 구조를 개관하는 1장도 주목 대상이다. 인간과 개, 고양이의 몸이 어떻게 다르고 비슷한지를 그려보면, 조금 더 선명하게 반려동물의 세계를 관찰하고 감각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이 정지한 것을 알지 못한 보호자가 먹이를 너무 많이 주면 한 달 뒤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비만이 되어 버린다." (146p)
"비만의 원인은 먹이를 너무 많이 주는 것과 운동 부족 때문인데 사람의 다이어트가 그렇듯이, 알고는 있지만 방지하는 데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사람과 달리 개는 자기가 먹이를 사러 가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보호자가 너무 많이 주지만 않으면 된다. 다정함과 어리광을 받아 주는 것을 혼동하지 말고 식이 관리는 건강 관리임을 명심하고 책임감을 느끼고 체중 관리를 해준다." (97p)
'의학 사전'이지만, 어려운 의학 용어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읽다보면 ‘동물 확대범’을 찔리게 할 위와 같은 생활적인 내용부터, 묵직한 지식까지 다양하다. 단순한 지식서가 아닌, ‘사전’. 그리고 704쪽이라는 ‘벽돌 책’으로 완성된 이유다.
하지만 페이지 수보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 참여한 전문가들의 숫자다. 무려 120명에 달한다. 일본에서 공익재단법인으로 인정받은 동물임상의학 연구소가, 개와 고양이에 대한 의학 지식을 모으기 위해 120명의 의학박사와 수의사에게 의뢰해 제작했다. 동물에 대한 성실한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만, 이 책이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으로 다가가지는 않기를 바란다. 아픈 동물과 함께 살면서, 인간과는 조금 다른 몸을 지닌 반려동물의 몸을 간절하게 이해하고 싶었던 이들에게. 또, 반려동물을 처음 맞이하며 ‘든든한 선배’가 필요한 이들에게. 책장 한 군데에 단단히 세워두는 것만으로도, 동물과의 건강한 사랑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독서신문 유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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