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희의 PR 토크] 지금은 ‘일인 미디어 PR시대’

[박찬희의 PR 토크] 지금은 ‘일인 미디어 PR시대’

독서신문 2024-05-03 14:10:00 신고

3줄요약
박찬희 ㈜박찬희 PR 대표

1980~90년대는 신문의 가판 기사 확인이 기업 홍보실의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가판은 신문 발행일 하루 전날에 처음으로 찍어내는 초판을 의미하는데,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주변의 가판대에 가장 먼저 배달되었기 때문에 가판으로 불렸다. 퇴근 시간 무렵, 정장 차림의 기업 홍보담당자들이 광화문 시내 한복판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갓 배달된 다음 날 신문을 펼쳐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던 모습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기사 한 줄에 울고 웃던 시절이었다. 기사 중 사실이 틀리거나, 회사에 불리하거나 부정적 내용이 실리면, 바로 근처 신문사로 달려가 기자들과 한판 실랑이들을 해야 했다.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에, PR 맨들은 그야말로 회사의 명예를 지키는 최전방의 전사들이었다.

이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이런 아날로그 PR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가판이 사라졌고, 배달 판보다는 인터넷판이 대세가 되었다. 종이 신문 기사를 막아봤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이미 해당 기사가 올라온 후가 허다하다.

2013년 초, 스타벅스 홍보실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아침 일찍 신문을 보다가 우리 회사 기사가 중앙지 1면 톱기사로 올라온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담당 기자에게 전화로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랬더니 담당 기자는 본인이 쓴 기사가 아니고, 자신도 몰랐다는 것이다.

기사 내용은 빅데이터를 통한 기업 이미지 평가였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연관어 분석 결과 ‘상생’, ‘동반성장’, ‘고용’과 같은 연관어에서 ‘스타벅스’가 5.2%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다는 내용이었다(당시 국내 10대 기업의 평균 수치는 0.25%였다) 스타벅스 매장의 바리스타들이 동료인 청각장애 바리스타들을 위해 만들어 준 수화 메뉴판 이야기가 고객들의 SNS를 통해 확산되었고 이것이 그대로 빅데이터의 분석 틀에 잡힌 결과였다.

로봇이 기사를 쓰고, 빅데이터가 주요 취재원이라는 사실이 지금은 놀랍지도 않지만, 당시로는 충격적인 바이럴 홍보의 실체였다. 언론 홍보의 패러다임이 소리 없이 바뀌고 있었는데, 정작 홍보실에서는 몰랐던 것이다.

이렇듯 변화하는 PR 환경은 내게 도전이자 기회로 다가왔다. 주요 언론의 위상 변화는 대언론 관계에 머물렀던 PR의 중심축을 파워 블로거,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 일인 미디어 플랫폼으로 옮겨가게 했다.

일인 미디어 시대와 PR 역할의 변화에 대해 생성형 AI에게 물었더니, 수많은 의견이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요약하면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지고, 뉴스 수명은 짧아졌지만 도달 범위는 넓어지며, 소셜미디어를 통한 저널리즘의 역할 대행이 가능해짐은 물론, 누구나 PR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셀프 PR, DIYPR 시대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AI가 들려준 의견이 아니더라도, 일인 미디어 시대의 PR 지평은 나날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연대하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진정성의 작은 물결은 ‘Humanity’의 유대로 상호 연결되어 지구촌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일인 미디어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내가 모르는 변화는 이미 진행형이고, 이를 감지하고 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모든 산업 분야처럼 PR의 새로운 미래를 선점하게 될 것이다.

‘생성형 Ai’, ‘메타버스’, ‘Chat GPT’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은 집단지성의 놀랄만한 축적일 것이다. 다만,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통찰력과 의미를 만들어 갈 수 있을 때, 미래의 경쟁력을 위한 준비는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날의 많은 성공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일인 미디어 PR은 아날로그 PR과 서로 상호보완하며 계속 진화해 나갈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의 향기는 더욱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가 더욱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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