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뜬금없는 부활절 빵 주문이 들어왔다.
알고 보니 동방 정교회가 크리스마스 말고 부활절도 더 늦더라.
즉, 동방 부활절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동방 정교회가 러/우/벨만 있는 건 아니고
핀란드 동부부터 그리스까지 쭉 내려오긴 하더라.
그리스는 동방 정교회 신자를 인구의 98%까지 추산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북동에서 남동까지 쫙 퍼져 있는 셈이다.
문제는 동방 정교회 신자라고 다 똑같은 빵을 먹지도 않는다.
일단 그리스는 부활절에 주로 이런 빵을 먹는다.
불가리아, 세르비아까지도 이런 빵을 주로 먹는다.
그보다 위에 있는 헝가리에서는? 계란을 자주 뺀다.
그보다 위로 가면? 십자가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한다.
참고로 루마니아는 특이하게 치즈를 넣어서 먹는다.
러시아, 우크라이나로 가면?
이렇게 이탈리안 파네토네로 올린 빵에 더 익숙하다.
여기에 설탕 글레이즈 처리만 하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부활절 빵이 된다.
물론 이 부활절 빵이 다른 나라에 없다는 건 아니다.
부활절에 케이크는 안 먹나요?
보존이 까다로운 케이크는 추운 북유럽에서 주로 먹는다.
여기서도 노르웨이는 이상하게 오렌지를 많이 넣는다.
따뜻한 나라에서는 자연히 빵을 선호하게 되고
폴란드 정도에서나 Gugelhupf라도 먹는다.
핀란드는 케이크도 빵도 아닌 이런 걸 먹는다.
(물론 동방 정교회 신자들은 예외)
핀란드는 부활절 계란도 초콜릿이 "안"에 있다.
그냥 원래 이런
이상한
나라다.
이름부터 맴미인 이 잔혹한 음식은
아주 달짝지근한 단팥이나 초콜릿으로 만든 잼 같지만..
그냥 아주 낮은 온도에서 구운 호밀 반죽이다.
은은한 맥주향이 날 뿐인 죽 덩어리를 어떻게 먹겠는가?
설탕을 처넣지 않으면 먹을 수가 없다.
우유나 크림 같은 거 부어서 먹는다.
이웃 국가에서는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기도 한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저기서 끝낼 게 아니라
밀가루랑 곡물을 넣고 좀 그럴싸하게 반죽을 한다.
본격적으로 식빵의 형태로 구워서 보존해 먹는다.
전형적인 발효 식빵으로, 잼, 치즈 등을 얹어서 먹으면 된다.
만약 저렇게 죽으로 먹고 싶으면..
(오뚜기 짜장 아님)
다시 식빵을 부숴서 죽으로 끓여 먹는다.
이 방법이 좀 더 괜찮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 음식은 핀란드, 에스토니아에 있고
핀란드에서는 부활절 음식으로 먹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아내가 이 고객을 위해 준비한 빵은 아래와 같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스타일이다.
손님이 어떤 손님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
유럽 전역에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대거 분포해 있다.
(원래 인구부터가 4000만이 넘는 나라였음)
현재 우크 난민 비자는 자유롭게 취업도 가능하고
어학 교육, 직업 교육, 주거 지원도 해 주고
1년 단위로 (자동) 연장도 되고 있어서
이들이 그대로 EU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그런데 이들의 76%?가 동방 정교회 신자들이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러시아 정교회와 거리를 두기 위해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로 옮겼는데 (원랜 1월 7일)
아직 부활절은 (올해) 5월의 것을 따르고 있기도 하고
부활절 빵의 모양도 러시아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이게 익숙하지 않은 유럽의 빵집들은 이제 1달 내내?
2가지 이상의 부활절 빵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아니 올해는 1달도 넘었구나.
서방 3월 31일, 동방 정교회 5월 5일 ㅋㅋㅋ
거기에 그리스 손님이면 계란도 염색해서 넣어 주고
루마니아 손님이면 치즈도 넣어 주고 해야..
고향 생각에 더 자주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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