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천천히 흘러가는 김혜윤의 우드 카빙 세계

고요하고 천천히 흘러가는 김혜윤의 우드 카빙 세계

엘르 2024-05-07 00:00:02 신고

가지런히 정리한 우드 카빙 도구 앞에서 스푼을 깎고 있는 김혜윤 작가.

가지런히 정리한 우드 카빙 도구 앞에서 스푼을 깎고 있는 김혜윤 작가.

KOBEOMSUK FURNITURE
서울 한가운데, 유유한 바람이 부는 노들섬 부근에 ‘고범석 가구’ 노들점이 있다. 하지만 간판과는 달리 이곳을 지키는 사람은 김혜윤 작가다. 가구를 만드는 고범석 작가는 그녀의 남편. 김혜윤 작가는 이곳에서 우드 카빙 작업을 하며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남한산성과 가까운 고범석 가구 공방보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작은 소품을 만드는 공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금의 공간을 만들게 됐다.

김혜윤 작가가 작업한 우드 카빙 아이템을 스튜디오 한쪽에 진열해 놓았다.

김혜윤 작가가 작업한 우드 카빙 아이템을 스튜디오 한쪽에 진열해 놓았다.

공방이 자리 잡은 1960년대 건물 주변은 역 근처지만 인적이 드물면서 예스러운 정취가 남아 있다. “우드 카빙은 고요하고 속도가 느린 장소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과정을 즐기면서 천천히 깎아나갈 수 있거든요.” 김혜윤 작가의 손에서 며칠을 머문 나무들은 그렇게 스푼과 접시, 차 도구 등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이전의 그녀는 공간디자인을 전공한 후 매년 새로운 트렌드를 전망하는 일을 했는데, 문득 트렌드와는 달리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김혜윤 작가가 요즘 관심을 갖고 만들고 있는 차 도구들.

김혜윤 작가가 요즘 관심을 갖고 만들고 있는 차 도구들.

가구를 만들고 남은 투박한 나무토막들은 우드 카빙의 좋은 재료가 된다.

가구를 만들고 남은 투박한 나무토막들은 우드 카빙의 좋은 재료가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내 손으로 어떤 물건을 만들어 직접 사용한다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지금의 삶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무엇보다 디지털 세계를 벗어나 나무를 언제나 가까이할 수 있는 일상, 그 자체다. 투박한 나무토막을 손으로 깎아 결과물을 만드는 우드 카빙은 정교하게 짜맞춰야 하는 가구와 달리 어떤 틀이나 과정이 정해져 있지 않다. “나무가 가진 고유의 결은 사람의 의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나 형태를 미리 정하진 않아요. 과정 속에서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도 다시 아름답게 수정하면 되니까요.”

하나하나 손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나무 고유의 결이 잘 살아나는 것이 우드 카빙의 매력이다

하나하나 손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나무 고유의 결이 잘 살아나는 것이 우드 카빙의 매력이다

처음에는 주로 가구를 만들고 난 투박한 나무토막으로 우드 카빙을 했기 때문에 월넛과 메이플, 체리 등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아프리카산 흑단과 국내산 목재 위주로 작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어떤 아이템을 만들지는 아직 모른다. 한창 연구 중인 차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우드 카빙은 과정을 즐기는 사람, 느린 속도를 즐기는 사람, 손맛이 깃든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 작업이에요. 오늘의 성과가 한눈에 보이는 것도 큰 즐거움이고요.” 아침부터 나무를 깎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는 김혜윤 작가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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