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박수연 기자] 그야말로 ‘칠전팔기(七顚八起)’다. 한국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국제 대회인 'PGS(펍지 글로벌 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향해 8번째 도전에 나선다.
11일 크래프톤에 따르면, 총상금 10만달러(약 4억2000만원)가 걸린 PGS 8이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중국 상하이 VSPO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글로벌 24개 팀이 참가하는 가운데, 한국은 DN 프릭스, 젠지, T1, 디바인, 배고파 등 5개팀이 첫 PGS 우승 트로피에 도전한다.
한국은 최상위 세계 대회인 PGC(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세 차례, 국가대항전 PNC(펍지 네이션스컵) 2회 정상에 오르며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높여왔지만, 유독 PGS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지금까지 총 일곱개의 우승 트로피 중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이 3개를 가져간 가운데, 중국이 2회, 그리고 APAC(아시아·태평양)과 아메리카 지역이 각 한 차례씩 차지했다. 즉, 5개 지역 중 한국만 무관이다.
이 같은 악연이 이어져서일까. PGS 8을 앞둔 한국의 팀들은 하나같이 신중한 출사표를 던졌다.
우선, 앞서 지난 4일 막을 내린 PGS 7에서 대회 사상 한국 팀 최고 성적인 2위를 기록한 DN 프릭스(DNF)는 PGS 8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리케' 김성민 감독은 이번 대회 우승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비약적인 발전으로 단숨에 우승하면 좋겠지만, 역설적으로 쉽게 무너질 우려도 있다"며, "큰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우승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팀 전체적으로나 선수 개개인 모두에게 큰 경험이자 자산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감독은 "PGS 7을 통해 DNF의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재차 확인했다"며, "이대로 꾸준히 준비해간다면, 반드시 세계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각각 감독과 플레잉 코치로서 2023년 다나와 이스포츠의 PGC 우승을 일군 '쏘닉' 신명관 감독, '레클로' 강민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T1(티원) 신명관 감독은 기대에 못 미쳤던 앞선 대회를 되새기며, 그 어느때보다 차분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신 감독은 "국내 리그인 PWS(펍지 위클리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팀의 조직적인 움직임에서 여전히 보완할 부분이 많다"며, "PGS 8에서는 해야 할 플레이에 집중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분명 달라질 경기력을 예고했다.
젠지를 이끌고 있는 강민준 감독 역시, 현 단계를 '팀의 장기적 방향성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으로 규정하고, "PGS 7을 통해 팀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지가 확실히 잡힌 만큼, 부족했던 부분을 최대한 보완해 PGS 8에서는 반드시 상위권으로 도약하겠다"고 역설했다.
배고파와 디바인도 우승을 정조준하기보다는 파이널 스테이지에서의 더 높은 성적을 다짐했다.
배고파는 한국 아마추어 팀 최초로 PGS 무대에 올라 그랜드 파이널 진출이란 성과까지 올린 기세를 PGS 8에서도 잇겠다는 각오다. '아칸' 김민욱 선수는 "팀 분위기도 최상이고 경기력도 확실히 올라와 있다"며, "PGS 8에서 더 나은 플레이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PGS 7 파이널에서 보인 수비적인 색채는 분명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짚었다.
디바인 '발포' 김민재 선수 또한 "PGS 7에서 팀적인 움직임의 미흡한 부분들을 캐치했고, 이를 바탕으로 팀원들 간 활발한 피드백이 오갔다"며, "무기력던 경기력을 털어내고, 이번 대회에서는 반드시 파이널 스테이지에 진출해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의 첫 PGS 우승 여부뿐 아니라, 총상금 200만달러(약 28억원) 규모의 EWC(이스포츠 월드컵)에 직행하게 될 오피지지(OP.GG) 파워 랭킹 상위 8개 팀이 가려지는 만큼, 국내 팬들의 이목을 더 모으고 있다. 4일 기준 DNF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T1, 젠지는 각 11위, 15위, 그리고 디바인과 배고파는 30위, 34위에 랭크돼 있다.
한편, PGS 8 그룹 스테이지에서 한국 팀들은 두 개 그룹으로 나뉘어 경기를 치른다. DNF, T1, 배고파는 B그룹, 젠지와 디바인은 C그룹에 편성됐다. 대회 첫날인 12일에는 A·B그룹 간 일전이 펼쳐지며, 한국 시간으로 오후 7시부터 배그 이스포츠 공식 유튜브, 치지직, SOOP(숲), 네이버TV 채널을 통해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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