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정위탁 아동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가정위탁'의 다양한 사례를 조명해 제도 보완점과 개선 방안을 찾아보는 '가정위탁, 또 하나의 집'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위탁가정의 이야기와 제도의 현실을 함께 들여다보고, 위탁아동이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과 지지를 모아가고자 합니다. 매주 월요일 가정위탁 제도를 위한 아동, 부모,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고진예 광주가정위탁지원센터 위탁모. ⓒ초록우산
“엄마,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 엄마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3년 전, 우리 가족이 된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 준하(가명)의 바람이다. 준하는 7살까지 보육원에서 지내다가 2022년 크리스마스에 가정위탁 되었고, 우리 가족과 함께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을 시작했다. 같은 해, 준하에게 과잉치아가 있어 대학병원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위해서는 법정대리인의 동의와 서명이 필요했다. 당시 준하의 법정대리인은 보육원 원장이었고, 위탁 이후 연락이 끊긴 상황에서 서명을 요청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다행히 병원 측에서는 위탁모의 서명을 인정해 주었고, 준하는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한 일은 흔히 발생한다. 아이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거나 도서관 대출증을 만들고,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여전히 법정대리인의 서명이 필요하다. 편의상 서명을 대신하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법을 중시하는 남편은 매번 고민하며 원장에게 연락하라고 말한다. 아이를 위탁하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준하의 법정대리인은 우리가 아닌 보육원 원장이다. 과연 가정위탁 제도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장기 위탁된 아동에 대해서는 법정대리인을 위탁부모로 변경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정위탁 행정제도를 둘러싼 행정복지센터의 비효율적이고 일관성 없는 업무처리 방식도 개선되어야 한다. 행정복지센터의 많은 직원들이 지역 주민의 복지와 편의를 위해 애써 주시고 있지만, 때때로 제도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느껴진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서는 위탁아동의 수급비 지출 내역을 상·하반기로 나누어 매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매 분기 영수증과 통장 사본을 제출하라고 하거나, 물품 구매 사진까지 요구하는 곳도 있다. 또, 어떤 지역은 4인 가족이면 아이 지출 비율을 4분의 1로 나누어 아이가 사용한 내역만 증빙하라고 요구한다. 위탁부모가 아동권리보장원에 문제를 제기해도, 그 의견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정부가 위탁가정을 배려하는 통일된 행정 기준을 마련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
가족사진. ⓒ초록우산
위탁가정이 아이와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3년 이상 장기 위탁된 아동의 경우, 법정대리인을 위탁부모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행정적으로도 위탁가정을 배려한 일관성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또다시 상처받지 않고, 가족의 품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이다. 위탁가정은 우리 사회가 함께 키우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이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야말로 모두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건강한 공동체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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