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에 갇힌 아이들,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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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에 갇힌 아이들,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다

베이비뉴스 2025-05-14 15:30: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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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건 내가 고른 게 아니예요. 그냥 계속 나오는 거예요.”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가 유튜브를 보다가 무심히 던진 말이다. 엄마는 영상 하나하나가 아이가 '좋아해서' 고른 줄 알았지만, 아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보고 싶은 것’과 ‘알고리즘이 추천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제 알고리즘이 설계한 정보의 흐름 속에서 자라난다. 문제는 그 편리함 이면에 자율적 사고력의 상실, 인지 편향의 고착, 인간관계의 단절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이제 알고리즘이 설계한 정보의 흐름 속에서 자라난다. 문제는 그 편리함 이면에 자율적 사고력의 상실, 인지 편향의 고착, 인간관계의 단절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베이비뉴스

◇ 정보의 바다, 그러나 좁아지는 시야

AI 추천 시스템은 아동의 선호도와 반응에 따라 콘텐츠를 자동 제공한다. 유튜브 영상, AI기반 문제풀이 앱, 스마트북은 아이의 시청·반응 데이터를 축적해 ‘가장 잘 맞는’ 콘텐츠를 골라준다. 부모들은 이 과정을 ‘맞춤형 학습’이라 생각하며 환영하지만, 실상은 아이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거나 스스로 탐색할 기회를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 초등학생은 공룡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공룡 관련 영상만 계속 접하게 되었다. 우주, 인체, 환경 등 다양한 주제는 관심조차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이런 편향된 정보 소비는 아동의 사고를 점점 좁게 만들며,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발현의 기회를 앗아간다.

◇ 문제 해결이 아닌, 정답 찾기에 익숙해지는 아이들

AI 기반 학습 프로그램들은 문제를 틀린 유형만 골라 제공하고, 정답률을 높여준다. 아이의 실력이 금세 늘어난 듯 보이지만, 이는 단지 정답에 도달하는 경로를 단축시킨 결과일 뿐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다양성, 사고의 유연성은 점차 사라지고,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빠른 답 찾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다.

교육이 효율과 속도 중심으로 흐를수록, 아이들은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설명할 기회를 잃는다. 이는 학습의 본질을 흔들고, ‘생각하는 교육’ 대신 ‘맞추는 교육’으로 전락할 수 있다.

◇ 정서·사회성 교육의 부재, 알고리즘이 대체 못하는 영역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다. 친구와의 갈등을 해결하고, 다른 의견을 존중하며,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배우는 정서적·사회적 성장의 장이다. 하지만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는 대부분 개인 맞춤형이다. 협력보다는 혼자 보는 콘텐츠, 질문보다는 즉답, 논의보다는 반복학습에 치우쳐 있다.

아동이 AI 챗봇과만 대화하고, 선생님이나 친구와의 직접적 상호작용이 줄어든다면, 공감능력과 관계 형성 능력은 점차 퇴행하게 된다. 이는 지식보다 더 중요한 ‘사람됨’의 교육이 기술에 밀리는 상황을 의미한다.

◇ 교육은 탐색의 여백을 담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탐색하고, 실수하며, 낯선 것을 마주할 수 있도록 우연과 다양성의 교육 환경을 되찾아야 한다. 교육에서 기술은 도구이지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직접 책장을 넘기고, 또래와 토론하며, 선생님과의 대화 속에서 사고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시간이야말로 알고리즘이 제공할 수 없는 인간 중심의 경험이다. 

◇ 다시, 교육의 중심에 사람을 놓자

AI와 알고리즘은 앞으로도 더 정교해질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사람으로 성장하는 일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교육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금은 기술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는 교육으로 회귀할 마지막 기회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의 방향은 다시 ‘사람’으로 향해야 한다. 

*임경임 행복한육아연구소 소장은 중앙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직장 및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아동인권강사, 아동학대예방 전문강사,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며, 행복한 육아연구소 소장으로 어린이 교육과 보육 현장에서 연구와 실천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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