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덴마크 디지털 헬스 협력, 고령사회 제도 전환 시험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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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덴마크 디지털 헬스 협력, 고령사회 제도 전환 시험대 오른다

디지틀조선일보 2025-05-15 19:28: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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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신뢰 기반 생태계’와 한국형 ARPA 모델, 디지털 헬스로 고령화 대응 전략 모색
  •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한국과 초고령사회를 이미 경험한 덴마크가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 디지털 헬스 협력에 나섰다. 주한덴마크대사관은 5월 1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2025 한+노르딕 혁신의 날’ 주간 프로그램의 하나로 '의료 기술 혁신 가속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 ‘의료 기술 혁신 가속화: 진단 및 치료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열린 패널 세션에서 양국 전문가들이 고령화 대응을 위한 디지털 헬스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 ‘의료 기술 혁신 가속화: 진단 및 치료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열린 패널 세션에서 양국 전문가들이 고령화 대응을 위한 디지털 헬스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덴마크는 이미 2010년 이를 경험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국내외 보건·의료 전문가가 참여해 의료비 증가와 만성질환 부담이라는 공통 과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이번 협력은 한국 정부의 ‘제4차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2023~2027)’ 및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해당 계획은 예방 중심의 의료체계 전환과 AI·데이터 기반 디지털 헬스 확산을 통해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덴마크, 신뢰 기반 ‘문제 중심 협력모델’ 제시

    덴마크 생명과학 클러스터의 키르스텐 M. 다니엘센 선임 자문위원은 민관 협력 프로젝트 ‘라이트하우스 라이프사이언스(Lighthouse Life Science)’를 소개하며, 복잡한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방식을 강조했다. 정부, 기업, 연구소, 환자 단체 등 70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질병 중심이 아닌 문제 중심 접근을 지향하며, 기술 자체보다는 그것이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실증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 덴마크 생명과학 클러스터 키르스텐 M. 다니엘센 선임 자문위원이 ‘라이트하우스 라이프사이언스’ 프로젝트의 개요와 신뢰 기반 협력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주한덴마크대사관
    ▲ 덴마크 생명과학 클러스터 키르스텐 M. 다니엘센 선임 자문위원이 ‘라이트하우스 라이프사이언스’ 프로젝트의 개요와 신뢰 기반 협력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주한덴마크대사관

    다니엘센 위원은 “혁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해당 모델은 한국 사회에 적용할 새로운 정책 설계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 모델의 핵심인 ‘신뢰 기반 협력’은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적용되기 어려운 점이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덴마크식 생태계가 작동하기 위해선 높은 디지털 리터러시, 시민참여, 제도적 연계 수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순 도입보다는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의 적응적 접근이 요구된다. 실제로 라이트하우스 프로젝트는 정신건강 개선,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 등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참여 기관 간 협업의 양과 질을 기반으로 한 정량적 평가 프레임도 마련돼 있다.

    ‘죽음의 계곡’ 넘는다… 한국형 ARPA-H, 시스템 실험 시작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 성창모 PM센터장은 ‘Korean ARPA-H’ 프로젝트(RPH)를 소개하며, 기술 중심이 아닌 사회적 문제 해결에 방점을 둔 시스템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출범한 지 1년 남짓이지만, 기존 연구개발이 시장 진입 전 단계에서 좌초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 문제를 넘기 위한 구조 실험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 성창모 PM센터장이 ‘Korean ARPA-H(RPH)’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문제 해결형 R&D의 구조적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주한덴마크대사관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 성창모 PM센터장이 ‘Korean ARPA-H(RPH)’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문제 해결형 R&D의 구조적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주한덴마크대사관

    RPH는 기존의 과제 중심 연구와 달리 임무(Mission) 중심의 문제 해결형 R&D를 지향하며, 실증·산업화·규제 대응까지 연계된 전주기 전략을 시도하는 도전적 연구개발 구조 전환 모델이다. 미국의 ARPA-H(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for Health)를 벤치마킹하되, 한국의 의료체계와 산업 환경에 맞게 조정된 형태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건의료기술 R&D 과제 중 제품의 사업화에 성공한 비율은 약 12.4%에 불과했다. 성 센터장은 “기술의 성공 가능성보다 문제의 시급성과 사회적 파급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민간·정부·연구기관 간 협력 없이는 이 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RPH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고, 민간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인센티브 체계나 규제기관의 협력 프레임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효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화와 예산 확보, 규제 유연성 등의 제반 조건이 병행되지 않으면 ARPA-H 모델의 성공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다. 더불어 디지털 헬스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 기반의 보상 체계 개편과 같은 시스템 차원의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만성질환·복약·로봇까지… 실증 기반 디지털 헬스 전략 공유

    이밖에 이날 행사에서는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디지털 헬스 솔루션, 환자 중심의 복약·보행 보조 기술, 국제 보건 위기 대응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이 소개됐다. 노보 노디스크제약과 카카오헬스케어는 AI 및 모바일 기반 건강관리 기술을 공유했으며, 엔젤로보틱스와 덴마크공과대학교는 웨어러블 로봇과 스마트 복약 기기 사례를 발표했다. 마지막 패널 토론에서는 공동 실증 프로젝트, 규제 샌드박스 연계, 보건 인력 교류 확대 등이 양국 간 협력 과제로 제안됐다.

    이러한 기술 사례들은 디지털 헬스가 단순한 기능 혁신을 넘어, 고령화 대응과 의료 접근성 확대라는 구조적 문제 해결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책적 통합과 제도적 설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졌다.


  • 필립 알렉산더 할크비스트 주한덴마크대사대리가 세미나 개회사를 통해 한-덴마크 간 디지털 헬스 협력의 방향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주한덴마크대사관
    ▲ 필립 알렉산더 할크비스트 주한덴마크대사대리가 세미나 개회사를 통해 한-덴마크 간 디지털 헬스 협력의 방향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주한덴마크대사관

    필립 알렉산더 할크비스트 주한덴마크대사대리는 “이번 세미나는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의료비 상승 등 세계 각국이 공유하는 보건 과제에 대한 의료 기술 혁신의 시급성과 디지털 헬스케어, 환자 중심 접근의 중요성을 조명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과 덴마크가 각자의 강점을 살려 협력한다면, 혁신적인 시너지를 통해 더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협력 방향이 실질적인 정책 실행이나 제도 설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업화 계획 수립과 실행 주체 간 조율이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첨단 의료 기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디지털 접근성 격차와 같은 형평성 문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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