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 이 정책은 아이들을 웃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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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 이 정책은 아이들을 웃게 만들까?

베이비뉴스 2025-06-02 07:4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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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만든 어린이행복선언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아이들이 만든 어린이행복선언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이런 글을 또 쓰게 될 줄은 몰랐다.

30여 년 끌어온 유보통합, 윤석열 정권에서 마침표를 찍어줄 줄 알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보통합'에 대한 이슈는 끊이지 않았다. 유치원의 교육부와 어린이집의 복지부, 이렇게 이분화되었는데 어떤 식으로든 밀어붙여 ‘교육부’ 산하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일단은 만들어 놓았다. 여기까지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유보통합을 그렇게 바랐다기보다는 ‘좀 나아지려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 유치원 어린이집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유보통합으로 아이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해서 같이 기대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잘 먹고 잘 놀고,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나 어디서든 행복하기 위해 유보통합이 방법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쳤다. 아이들이 더 행복해졌는지도 잘 모르겠고 정체되어있는 이 상태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왜 유보통합을 원했을까? 사사로운 이익을 떠나서 유보통합이 아이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과정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어려움을 지나고 나면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공평한 지원을 받으며 평등한 출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믿음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유보통합을 통해 균등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재정 확보도 못하고 형식적인 교육부 통합에 머물고 있다. 교육부 통합이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실질적인 진척은 보이지 않고 현장의 혼선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2025년 모든 보육료는 동결되었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건 물론이고 2016년까지 누리과정 보육료를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약속조차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25년 현재 누리과정 보육료 28만원) 추경을 통해서라도 보육료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7세 고시’ ‘4세 고시’라는 말이 들린다. 부모들의 불안을 먹고 몸집을 키우는 사교육 업체는 지속적으로 불안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로 이해 사교육 시장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으며 사교육 시장에 발을 들인 부모들은 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사교육비에 허덕이면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방과후 비용과 기타필요경비를 확대 지원할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사교육 시장이 영유아기관으로 들어오는 재정적 지원을 확보하는 것으로만 보인다.

-아이들과 부모, 삶의 질 저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미래를 주고 싶어한다. 지금 무리를 해서라도 사교육을 시켜서 아이의 안정된 미래를 꿈꿀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기꺼이 하려고 한다. 비싼 사교육비를 기꺼이 감수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부모의 불안한 눈빛을 읽으며 학원을 다닌다.

부모는 비싼 사교육비에 허덕이고 있으며 아이들도 충분히 놀 시간이 없어 오히려 이 시기에 배워야 하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다. 영유아기 획득해야 할 삶의 태도, 가치 등을 놓치게 되면서 이후 양질의 삶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이음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영유아기의 자발적 학습의 기회가 줄어드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 초등교육과정에서는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를 고려해 읽고 쓰기의 시간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음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영유아기부터 초등과정을 선행하게 하고 충분히 놀아야 할 시기에 책상 앞에 앉아서 학습하는 습관을 강조하고 있다.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 유보통합 정책의 방향이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을 향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정책은 우리의 삶을 포함한다. 정책은 우리가 나아갈 바를 제시한다. 이 길을 따라가면 어디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안내해 주는 것이 정책이다.

정책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정책을 형성한다. 정책이 형성되면 관련 법률을 개정해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책을 집행하게 된다.

우리는 영유아기의 이원화된 관리 체계로 인한 불평등, 비효율, 비합리에 문제의식을 갖고 유보통합이라는 정책을 형성하고 관련 법령을 개정해 나가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정부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다시 꿈꾸게 된다.

유보통합이라는 정책이 아이들의 행복한 삶에 닿아있기를 바란다. 행복하다는 건 친구와의 다툼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건 아니다. 뛰지 않고 걸어다니기만 해서 넘어지지 않고 하루를 무사히 지낸 상태를 말하는 건 아니다. 지금 당장, 오늘 하루만의 행복이 아니라, 지금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가며 나의 미래에 대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친구와 다퉈서 지금 마음이 상했어도, 오늘 뛰어놀다가 넘어졌어도 ‘괜찮아’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낭만적인 이야기를 담은 정책이 실현되면 좋겠다.

부모의 불안을 먹고 몸집을 키우는 사교육 업체의 미소 말고,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만 행복한 정책 말고,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아프거나 건강하거나 도시에 살거나 지방에 살거나 이 땅에 살고있는 모두가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정책이 실현되길 바란다.

유보통합이 그러한 삶을 담보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러한 삶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대통령을 뽑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정책위원 최진이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최진이 님은 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11여 년 일하다가 최근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의 위탁체인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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