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미 더봄] 고군분투 3대 가족의 미국 한 달 살기(1)···미국행 비행기에서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이수미 더봄] 고군분투 3대 가족의 미국 한 달 살기(1)···미국행 비행기에서

여성경제신문 2025-06-02 13:00:00 신고

딸네가 아파트 옆 라인으로 이사 오기까지 3년 동안 딸은 주말에만 아이를 볼 수 있었다. 일도 워낙 바쁘고 오가는 거리도 있고 그러다 보니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에 와서 주말을 지내고 일요일 오후에 돌아가는 생활이 3년이었다.

누워있는 신생아 때를 지나 앉고, 서고, 걸으며 옹알이에 이쁜 짓이 늘자, 애를 떼놓고 일을 위해 돌아가는 딸이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사진과 동영상을 아무리 많이 찍어 보낸들 살을 부비고 눈을 맞추면서 제 손으로 키우는 것과 비교가 되겠는가.

‘무슨 영화를 누리자고 저렇게 힘들게 일을 해야 하나···.’ 나도 그렇게 평생 일을 했지만, 아이 크는 것도 잠깐인데 그것을 맘껏 못 보는 게 늘 안타까웠다. 딸아이가 그렇게 애면글면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나이 들고 보니 자식 키우며 동동거리던 때가 그래도 여자 인생 중 제일 화양연화가 아닌가 싶어졌다.

이삿짐 중 가장 중요했던 유모차. /이수미
이삿짐 중 가장 중요했던 유모차. /이수미

손주가 생후 서너 달이 되었을 무렵, 딸아이가 미국 연수 이야기를 꺼냈다. 하버드대학교 한 달 연수가 있는데 아이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떼놓고 가자니 한 달이 너무 길고, 포기하자니 기회가 아깝고···.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애 델꼬 셋이 가자!” 그런 거 마음대로 하라고 이 황혼 육아를 감수하는데, 하물며 하버드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와 딸은 13개월 손주와 보스턴행 비행기에 올랐다. 막 걸음마를 시작해 눈만 뜨면 아장아장 걷는 애를 데리고 14시간 비행. 그 좁은 비행기 통로를 200바퀴쯤 돌았던 것 같다. 승객들 모두 자고 있으니 혹시라도 부딪칠까 두 손을 잡고 돌고 돌고 또 돌고···. 잠이 들면 빈 좌석에 뉘고 그 앞 바닥에 앉아 인간 안전벨트 노릇까지···.

아기들은 비행기가 이륙하면 귀가 아파 운다는데 다행히 손주는 칭얼거리지 않고 자고 깨고 먹으며 비행을 마쳤다. 그 이후에도 여행 때문에 예닐곱 시간 비행기를 타곤 했지만, 미국행에 비하면 일도 아니었다.

가끔 비행기에서 우는 아기 때문에 쩔쩔매는 부모들을 본다. 그걸 시끄럽다고 짜증 내는 승객들도 있다. 참으로 마음이 안 좋다.

비몽사몽 도착한 보스턴 공항. 공항이 어땠는지 날씨가 어땠는지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다. 어서 가서 애를 씻기고 나도 눕고 싶다는 생각뿐. 미국 한 달 살기 첫날이었다.

여성경제신문 이수미 전 ing생명 부지점장·어깨동무 기자
leesoomi714@naver.com

Copyright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