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박스쿨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진로·역사 등을 교육한 강사가 댓글부대 자손군의 '단장'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는 노인들을 상대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위한 휴대폰 사용 교육까지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최 씨는 또 리박스쿨이 운영하는 늘봄학교 프로그램 1기 과정부터 강사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됏습니다.
리박스쿨 김문수 지지 댓글조작 의혹
리박스쿨은 '6.3 댓글 감시단'을 모집해 국민의힘 대선 승리를 목적으로 온라인 댓글을 달고 있었습니다. '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 일명 자손군이다. 리박스쿨 등 보수단체들이 자손군을 운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일 보도내용에 따르면 리박스쿨 홍보팀장 겸 역사강사 최 모 씨는 자손군의 단장입니다. 보수단체의 자손군 모집글에서 그는 자손군 단장으로 등장합니다.
2021년 8월 트루스코리아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자손군 모집글에는 "1일 1시간 자유수호 손가락군대 '자손군' 활동을 함께 하실 애국 시민을 모신다"는 글과 함께 단장 최 씨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주최는 '리박스쿨 리박자손군 베댓단'으로, 교육 내용은 '이슈 기사 선정해 베스트댓글 만들기'입니다.
같은 카페에 2022년 8월 '2기 자손군'을 출범한다며 올린 모집글에도 단장 최 씨의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2기 자손군 운영 기간은 2024년 4월 10일 총선 때까지 20개월 동안이었습니다. 이들이 지난 22대 총선 때도 댓글부대로 활동하며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댓글 쓰고 '좋아요'" 교육...강사는 '리박스쿨' 손효숙
그런데 댓글부대 단장인 최 씨가 리박스쿨에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강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21년 4월 17일 '전국 초중고 온라인 리박주니어교실 4월 회원모집글'에 따르면, 그는 4월 24일 "조선을 위한 기독교 선교사 이야기" 강의를 맡았습니다.
지난 5월 30일 '자유기업원과 함께하는 그레이스 기독학교 청소년 진로탐방' 홍보글에는 문의처로 리박스쿨 교육국이라는 이름과 함께 최 씨의 전화번호가 게재돼 있었습니다. 당시 교육 대상은 초등생과 중고생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 씨는 노인들을 상대로 휴대전화 사용법에 대한 교육에도 나섰습니다. 2023년 11월 리박스쿨의 '총선 필승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 홍보글에는 최 씨가 강사 중 한 명으로 등장합니다. 리박스쿨이 휴대전화 사용에 서툰 노인들을 상대로도 댓글공작 방법을 전수한 정황이 확인된 것입니다. 일단 이렇게 노인들을 포섭한 뒤, 노인들이 자신의 어린 손자나 손녀를 데려와 같이 리박스쿨 교육을 받게끔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21년 8월 27일 최 씨는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 교육국장인 다른 최 씨와 함께 극우매체 스카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그는 통신회사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다가 1년간 역사수업을 들은 후 리박스쿨 역사 강사가 됐다고 합니다.
최 씨는 "청소년들에게 조선에서 대한제국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에 이르는 시기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며 "박정희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의 통일관 파트도 맡아 교육하고 있고,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과정인 '폰잘교실' 강사도 맡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리박스쿨 김문수 대화 영상 추가 공개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2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여론조작 의혹을 받는 리박스쿨 대표 손모씨와 함께 있는 영상을 공개하며 “김 후보는 극우단체 리박스쿨과 관련된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라”고 주장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총괄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극우단체 리박스쿨의 댓글공작은 대선을 망치려는 명백한 선거 부정이자 사이버 내란”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박 위원장은 김 후보를 향해 “김 후보는 이래도 리박스쿨을 전혀 모른다는 말이냐”며 손씨가 2018년부터 김 후보와의 친분을 과시해온 점, 2020년 리박스쿨이 유튜브에 게재한 활동 보고 영상에 김 후보가 등장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박 위원장은 “벌써 리박스쿨 유튜브 영상들이 삭제되고 있다고 하는데, 증거가 더 인멸되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후보도 이날 성남주민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를 향해 “사이버 내란, 중대 범죄행위에 대해 본인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해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 후보는 “(김 후보는) 국민 여론 조작해 민주주의 과정 자체를 파괴하려고 한 사이버 내란 행위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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