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선 좀처럼 접하기 어렵지만, 남부 지방이나 제주에선 6월 무렵이 되면 공기 속에서 특별한 향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이 향은 비 내린 새벽처럼 촉촉하면서도 은은하게 달콤하고, 무심코 걷던 사람의 걸음을 멈추게 할 만큼 짙고 깊다.
바람결을 따라가다 보면 그 향의 근원을 만날 수 있는데, 담벼락 너머, 오래된 마을 길, 또는 해안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수줍게 피어난 하얀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치자나무’다. 그 이름만큼이나 부드럽고 고요한 이 나무에 대해 알아본다.
내용을 입력하세요.
치자나무는 쌍떡잎식물 합판화군 용담목 꼭두서니과의 꽃나무로, 우리나라에는 약 1500년 전 중국으로부터 들어와 정원수로 자리잡은 나무다. 다 자라면 높이 1~3m까지 자라는 이 나무는 내한성이 약해서 한반도에서는 남부지방에서만 자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나무는 작은 가지에 짧은 털을 가지고 있으며, 잎은 마주난다. 이 잎은 긴 타원형으로, 표면에 윤기가 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짧은 잎자루와 뾰족한 턱잎이 있다.
6~7월에는 흰색의 꽃이 피는데, 꽃대의 꼭대기에 단 한 개의 꽃이 붙는 단정화서다. 화관은 지름 6∼7cm이고 질이 두꺼우며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6∼7개이고 향기가 있다. 수술도 같은 수이다. 이 꽃에선 아주 강렬하고 달콤한 냄새가 나며, 시간이 지나면 색이 황백색으로 변한다.
이 나무의 변종 중에는 꽃이 겹꽃으로 피는 '꽃치자'라는 종도 있는데, 마치 장미를 닮은 듯한 순백의 꽃이 아름답고 꽃향기가 좋아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되어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열매는 9월에 주황색으로 익으며 긴타원모양에 세로로 6~7개의 각이 져 있다. 한방에서는 이 열매를 '치자'라고 부르며 해열, 출혈증, 황달, 이뇨 작용에 사용하기도 했다.
치자꽃의 향기는 매우 짙고 달콤하기로 유명한데, 홑꽃과 겹꽃 모두 향기가 강한 편이어서 가로수로 심어진 치자나무에 꽃이 피었다면 그 냄새를 제법 쉽게 맡을 수 있다. 다양한 회사에서는 치자 꽃향기를 바탕으로 한 향수를 내놓기도 하며, 이런 향수들은 이름에 '가드니아'라는 단어가 붙는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인 '사프란'의 대용으로 치자 꽃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이는 향신료로 쓰이는 사프란의 암술과 치자 꽃이 냄새와 색에서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치자나무의 쓰임새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치자나무에서는 천연 색소인 치자황색소, 치자적색소, 치자청색소를 얻을 수 있다.
이 색소는 바로 피클, 단무지,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카레 등의 노란색의 정체이기도 하다. 이 치자색소는 착색력이 강해서 한 번 어디 묻으면 잘 안 빠진다. 카레 물이 묻으면 안 빠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일조량에 특히 유의… 집에서 치자나무 기르는 법
이렇듯 향기롭고 쓸데도 많은 치자나무는 관리가 쉬운 식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치자나무 기르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치자나무는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고 키울 수 있는데, 각각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실내의 경우는 통풍과 일조량 조절이 상당히 중요한데, 무성하고 대칭적인 잎을 유지하기 위해 골고루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돌려주는 것이 좋다.
야외에서 화분에 심을 경우는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대비해 이동 가능한 화분을 사용하는 것을 권하며, 정원 등 실외의 땅에 심는다면 가능한 널찍한 공간에 심는 것이 좋다. 이때, 정성스럽게 가지치기를 해주면 햇빛이 골고루 닿아 더 건강하게 성장할 뿐만 아니라 더욱 풍성하게 꽃을 피울 수 있다.
고온다습한 열대 지역이 원산지인 치자나무는 높은 습도와 일정한 습기가 있는 환경에서 잘 자란다. 따라서 고른 습기를 유지하는 균일한 토양을 선호하며, 물주기는 1~2주에 한 번으로 충분하다. 단, 배수가 잘되는 토양이 아니라면 뿌리가 썩을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치자나무는 부분적인 햇빛 조건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빛과 그늘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너무 많은 일조량은 잎을 태울 수 있고, 과도한 그늘은 꽃 피기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높은 나무에 햇볕이 가려지거나, 한번 필터링된 햇빛을 받을 수 있는 베란다, 발코니 등의 장소에 두는 것이 적합하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