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은 입맛이 뚝 떨어지는 계절이다. 이럴 때 찾게 되는 음식 중 하나가 카레다. 자극적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 게다가 카레 소스를 만들 때 우유를 넣고, 땅콩이나 토마토를 곁들이면 영양 밸런스가 완전히 달라진다. 여기에 강황을 비롯한 향신료가 들어 있어 몸속 산화 작용을 억제하는 데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카레가 가진 강점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름철 식사로 주목받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카레, 강황만큼 중요한 건 조합
카레의 주재료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강황이다. 이 노란 향신료에는 ‘쿠르쿠민’이라는 천연 색소가 들어 있다. 지난 2008년 UCLA 의대와 인제대, 서울대 약대 연구팀은 강황 성분이 치매와 동맥경화 같은 질환을 늦추고 암세포 증식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강황 하나만으로 카레의 효능을 설명하긴 부족하다. 커민, 코리앤더, 계피, 정향, 육두구, 생강, 마늘, 고추, 후추, 로즈마리 등 각종 향신료가 함께 섞인 게 바로 카레분이다. 보통 향신료가 10종 이상 섞이면 카레분이라 부른다. 이 향신료들 하나하나가 고유의 성분을 가지고 있어 조합했을 때 시너지가 커진다.
시중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면 재료의 조합이 오히려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인공조미료나 향료, 증점제 같은 첨가물에다 정제유나 경화유가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성분은 쿠르쿠민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고, 과도하게 섭취하면 불편을 일으킬 수도 있다.
향신료를 직접 섞어 만든 카레는 재료의 기능을 더 잘 끌어낼 수 있다. 강황, 커민, 코리앤더, 마늘, 생강, 계피처럼 개별 향신료를 조합해 손수 만든다면 재료가 본래 기능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다.
카레 효능 높이는 조리법
강황에 든 쿠르쿠민은 지용성 성분이다. 물보다는 기름에 잘 녹는다. 이 특성을 알면 조리 방법이 달라진다. 카레 소스를 만들 때 물과 우유를 함께 쓰는 것이 좋다. 우유에 들어 있는 유지방이 쿠르쿠민 흡수를 도와준다. 여기에 땅콩 같은 너트류를 더하면 불포화지방산도 함께 섭취할 수 있다. 토마토를 함께 넣는 것도 방법이다. 토마토에 든 ‘리코펜’ 성분은 향신료 조합이 가진 힘을 더 끌어올려준다.
즉석카레나 고형카레처럼 편의성을 앞세운 제품은 조리는 간편하지만, 흡수 측면이나 성분 구성에서는 한계가 있다. 반면 직접 향신료를 섞어 만든 가정식 카레는 조리 시간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향신료가 제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완성할 수 있다. 만드는 데 몇 분만 더 시간을 들이면 충분하다.
색소가 걱정된다면 꼭 챙겨야 할 채소
조리법 못지않게 어떤 재료를 함께 쓰느냐도 중요하다. 같은 카레라도 구성에 따라 맛뿐 아니라 입안에 남는 느낌, 식사 후의 인상까지 달라질 수 있다. 이때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강황 속 색소 때문이다.
강황에 들어 있는 커큐민은 색소 성분이 강해 치아 표면에 착색을 남기기 쉽다. 노란 물이 치아에 달라붙어 누렇게 보일 수 있다. 이를 줄이려면 시금치를 함께 넣는 방법이 있다. 시금치 속 성분이 치아를 감싸는 얇은 막처럼 작용해 착색을 줄여준다. 맛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게 어울린다.
비슷한 이유로 커피나 홍차도 주의해야 한다. 탄닌 성분은 입속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색소를 남기는 원인이 된다. 이런 음료는 우유를 섞어 마시는 것이 착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항산화 성분은 풍부하지만 치아 바깥층을 약하게 만들어 색소가 더 쉽게 스며든다.
파스타나 피자에 자주 들어가는 토마토 소스도 산도가 강해 치아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이럴 땐 식사 전에 시금치나 양상추 샐러드를 곁들이면 입 안에 얇은 보호막이 형성돼 색소 침투를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다.
조리법과 재료 선택에 조금만 신경 써도 카레는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흔히 먹던 즉석카레가 아니라 향신료가 제 역할을 다하는 한 끼로 바뀐다. 몇 분만 더 시간을 쓰면 충분하다. 여름철, 한 끼 식사 이상을 원한다면 이 정도 수고는 결코 아깝지 않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