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에 대한 인식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한때는 귀하게 여겨졌던 재료가 흔해지며 외면받기도 하고, 반대로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식재가 새로운 조리법이나 영양적 가치 덕분에 재조명되기도 한다. 유통 기술의 발달, 소비자의 취향 변화, 그리고 지역 식문화의 확장은 이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에 소개할 생선도 그런 흐름 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식재다. 우리나라 연안 어디서든 쉽게 잡히는 어종이지만, 예전에는 외형과 식감 등의 이유로 외면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은 보양식은 물론 고급 일식당과 한식당에서도 적극 활용되는 인기 식재가 됐다. 바로 붕장어다. 이에 대해 알아본다.
바다에서만 사는 작은 뱀장어 '붕장어'
참장어, 꾀장어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는 붕장어는 뱀장어목 붕장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생김새는 뱀장어와 비슷하나 뱀장어와 달리 바다에서만 서식하는 생선이다. 보통 암컷이 수컷보다 크기가 크며, 성체 기준 암컷은 약 90cm, 수컷은 40cm까지 자란다.
붕장어는 온대, 아열대 또는 열대성 바다 등 다양한 환경에 분포하는데, 저서생활을 하며 낮에는 바위틈이나 모랫바닥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먹이 사냥을 시작한다. 주로 갑각류나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으며, 천적으로는 인간을 제외하면 바다수리나 물수리, 상어, 바다표범, 아귀, 문어가 있다.
몸은 원통형으로 가늘고 길며, 몸의 색깔은 서식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수심이 얕은 연안에 서식하는 개체는 다갈색으로 지느러미 가장자리가 검은색이며, 깊은 바다에 서식하는 개체는 회갈색을 띤다.
음식을 탈수기에 넣는다고… 붕장어 맛있게 먹는 법
붕장어는 예전엔 잔뼈가 많고 기름져 먹기 불편하다는 이유 때문에 잡어로 취급됐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 문화에 영향을 받은 이들을 중심으로 붕장어를 먹기 시작해, 지금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고급 식재가 되었다.
붕장어의 제철은 여름이지만, 제철 시기가 비슷한 갯장어와 달리 연중 맛의 차이가 별로 없어 사계절 내내 즐기기 좋다. 붕장어를 먹을 때는 회로 많이 만들어 먹는데, 그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붕장어회는 껍질을 벗겨내고 뼈까지 잘게 다지는 식으로 거의 갈아내듯 손질한 뒤 온수에 데치고, 마지막으로 탈수기에 넣어 수분을 전부 빼내는 번거로운 조리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붕장어에는 잔뼈가 많아 일일이 발라내기 어려운 데다가, 붕장어의 혈액 속 이크티오헤모톡신이라는 독과 부패하기 쉬운 기름기를 최대한 빼내야 해서 개발한 조립법으로,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점이 있다. 그 밖의 조리법으로는 구이나 장어탕, 샤부샤부 등으로 먹는 방법이 있다.
일본에서는 주로 간장양념에 졸여 굽거나, 튀김으로 만들어 덮밥에 올리는데, 튀김의 경우 그릇 위에 통으로 튀긴 붕장어가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아 그 비주얼이 굉장하다. 또한 찌거나 구운 붕장어를 초밥에 올리기도 하며, 치쿠와라고 불리는 원통형 어묵의 재료로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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