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트 끌고 약 ‘우르르’···국내 첫 ‘창고형 약국’ 두고 소비자와 약사 입장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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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트 끌고 약 ‘우르르’···국내 첫 ‘창고형 약국’ 두고 소비자와 약사 입장 ‘엇갈려’

투데이코리아 2025-06-30 21:23: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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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시 고등동 공공주택지구 인근에 자리잡은 A약국 인근 도로에 방문객들의 차량이 줄을 서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성남시 고등동 공공주택지구 인근에 자리잡은 A약국 인근 도로에 방문객들의 차량이 줄을 서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김시온 기자 |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처럼 약을 고르는 ‘창고형’ 약국이 국내에서 처음 문을 연 가운데, 일각에선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0일 <투데이코리아> 취재진이 찾은 성남시 고등등 공공주택지구 인근의 A약국은 평일 오후에도 주차를 기다리는 차량으로 도로를 가득 메웠다.

이달 10일 문을 연 A약국은 대형마트를 연상케 하는 430㎡ 규모의 매장 내에 3000종에 달하는 의약품이 진열돼, 창고형 약국으로 입소문을 타자 대량으로 약을 구매하기 원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구매 과정도 고객이 원하는 약을 골라서 계산대로 가져가 계산하는 방식으로, 일반 마트와의 차이도 없었지만 요새 흔하게 볼 수 있는 셀프계산대는 없었다.

A약국의 계산대에는 여느 약국과 마찬가지로 약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약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복약 상담과 설명을 진행했다.
 
▲ 성남시 고등동 토끼마당삼거리 공공주택지구 인근에 자리잡은 A약국 내부에 약들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 사진=투데이코리아 
▲ 성남시 고등동 토끼마당삼거리 공공주택지구 인근에 자리잡은 A약국 내부에 약들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 사진=투데이코리아 
또한 약 진열대 근처에도 복용을 설명해주기 위한 약사 분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들은 구매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약은 무엇이고, 가격은 얼마인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복약 상담도 쉽게 이뤄졌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본지에 “보통 약국에서 가격을 물어보면 눈치가 보이는데, 여기는 진열돼 있어 비교하기 편하다”면서 “마트처럼 각 코너가 정해져 있고, 표지판에 안내가 되어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러한 A약국을 두고 드러그스토어(Drugstore)와 같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드러그스토어는 미국의 CVS나 일본의 마쓰모토키요시처럼 약국과 잡화점을 합친 형태의 매장이다. 우리나라 경우에는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는 약사법에 따라 운영되기 어려웠지만, 해외에서는 편의점처럼 보편화된 소매점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본지가 찾은 이날도 매장 안에서는 관광지에 온 듯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약국 내부를 살피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휴대전화로 진열대를 촬영하거나, 두 손 가득 영양제 등이 담긴 장바구니를 들고 계산대 줄에 서 있기도 했다.

또한 SNS에서도 A약국에 대한 관심도 쏟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A약국을 검색했을 때 추천탭에 노출되는 릴스 영상의 경우 30만회를 훌쩍 넘겼으며, 엑스 등의 SNS에서도 관련 내용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Z(젠지)세대에서는 해당 약국을 두고 올리브영과 같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 성남시 고등동 공공주택지구 인근에 자리잡은 A약국의 내부 모습. 사진=투데이코리아 
▲ 성남시 고등동 공공주택지구 인근에 자리잡은 A약국의 내부 모습. 사진=투데이코리아 
하지만 일각에서는 창고형 약국이 약물 오남용이나 약물을 ‘쇼핑’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한약사회와 건강소비자연대(건소연) 등은 창고형 약국의 확산이 약사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고, 약물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 회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창고형 약국에 대해 “최근 기형적 형태의 약국 운영 방식에 대해 많은 회원 여러분께서 분노와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개한약사회 역시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국민 건강을 수호하고 약사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으로 이 사안에 깊은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창고형’이 공산품 판매 방식을 100년 가까이 보건의료의 최일선에서 약료서비스를 제공해온 약국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약국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우리 약사의 직업윤리와 정체성을 훼손하는 명백한 일탈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성남시 고등동 토끼마당삼거리 공공주택지구 인근에 자리잡은 A 약국의 전경. 사진=투데이코리아 
이광민 부회장도 이 자리에서 “약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 바라보는 인식 중에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의약품에 대한 국민 인식 왜곡”이라며 “창고형 약국, 마트형 약국 이런 워딩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과연 바람직한지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건소연 역시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고 창고형 약국에 대해 “의약품을 대량 저가로 판매하는 창고형 약국은 사회적 공공재인 의약품에 대한 세상의 오해를 부추켜 약물오남용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국은 보건의료기관의 한 축으로 공공성을 지녀야 함에도, 가격 경쟁을 앞세운 약국 개설은 자칫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도 관련 사항에 대해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측은 언론을 통해 해당 약국이 약사법을 위반한 정황이 없다면서도 “민원 사항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현장 조사를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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